서울북부지법, 간무사에 수술부위 소독 지시 의사 벌금형 판결
대법원 간호사 업무범위 공개변론서 업무 숙련도·위험성 주요 언급
최근 각급 법원에서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와 물리치료사 등 비의료인이 시행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행위 숙련도와 의료행위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 여부를 떠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이목을 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성북구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8월 간호조무사에게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고 수술 부위 소독을 위해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수술 부위를 소독 및 드레싱하게 했다.
피고인인 A씨와 변호인 측은 수술 부위 소독 및 드레싱에 대해 의료행위가 이닌 '진료보조행위'라는 점, 의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당시 병원 3층에 고령의 응급환자가 발생한 상황과 환자 역시 학교에 가야한다며 소독을 반복요청해 처치가 이뤄진 점, 해당 간호조무사의 경력과 자실·숙련도를 감안했을 때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라는 점 등을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소독 및 드레싱은 의학적 전문 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만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이 사건 소독 및 드레싱 행위를 한 것을 가리켜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지난 2004년 내린 선고 결과도 언급됐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자격자에 의해 행해졌을 때 그 것이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요법이고, 그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물리치료사에게 환자의 깁스를 제거하도록 지시한 의사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사건도 눈길을 끈다.
정형외과 전문의 B씨는 물리치료사인 병원 원무과장에게 환자 오른손 깁스 제거를 지시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깁스 제거를 의료행위로 판단, "의료기사법이 의사의 지도를 받아 물리치료사가 신체의 교정과 재활을 위한 물리요법적 치료에 관한 업무를 수행 가능하다고 규정했더라도 골절 등으로 인한 깁스 제거는 물리치료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로 미뤄봤을 때 지난 8일 대법원이 전문간호사가 시행한 골수 검사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공개변론에서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은 숙련된 인력이 골막 천자를 시행했을 때 환자의 만족도, 골막 천자 행위의 위험성이 낮은 점 등을 주요하게 언급하며 의료법 위반이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성수 교수(서울의대, 내과) 역시 "골수 검사를 시행하는데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부작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골수 검사는 의사가 해야한다, 간호사가 해야한다기보다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해당 의료행위가 복잡하지 않아 의사의 관리 감독도 필요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