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나선 의대생의 속사정은?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나선 의대생의 속사정은?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10.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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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민 학생, 교육부 일방적 정책 맹비난 "복귀 동력 잃었다"
"학생들만 고립…이 사회에 어른 있나" 화두 던졌다

14일 오전, 한 의대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홀로 섰다. 그가 든 피켓에는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유급이라는 겁박 당장 멈추십시오!", "국민생명 다루는 의대공부는 6년으로도 부족합니다! 의대 5년 단축 당장 철회하십시오!", "무책임한 말을 뱉은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에게 즉각 사과하십시오!", "교육부가 망쳐놓은 의료교육, 책임지고 정상화하십시오!!"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2학년 김창민 학생(32)은 이렇게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건국대 의과대학 학생회장이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의원이라는 대표성을 뒤로하고 오로지 한 개인의 판단으로 1인 시위에 나섰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창민 학생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김 군은 지난 2월 의대정원 확대 일방적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휴학'을 신청했다. 학생이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대정원 확대 일방적 정책 발표 이후 교육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강경 발언과 정책들에 김창민 학생은 의대생들이 복귀에 대한 '동력'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정부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 직업정신을 억누르듯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은 힘들다"라며 "의대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사명감이 무너지면서 결국에는 내가 하는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강해져 학교를 떠나게 됐다"고 털어놨다. 

휴학 신청 후 8개월이 지난 현재, 불현듯 그는 1인 시위를 결심했다. "사회에 부당하다고 말이 안 된다면 자신 있게 말하는 것도 윤리라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청문회 때 밝혀진 회의록 파기 문제,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들을 보면서 계속 갈등했다"라며 "결정적으로 지난 6일 교육 기간을 5년으로 개편한다, 내년에 돌아오지 않으면 제적이라는 겁박으로 들리는 발언을 듣고 목소리를 강하게 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공부의 늪에 푹 빠져있는 한낱 의대생으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보람, 자부심, 직업 정신이 충만한 학생이자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의대생 신분이지만 열차 안에서 쓰러진 환자를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지하철역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시행했다는 훈훈한 일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만 봐도 예비의사로서의 직업적 소명의식이 투철하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공부에 치여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거나 뉴스를 볼 생각조차도 못 했는데 요즘은 하루 일과를 뉴스 확인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이 이기주의다, 어린애들이 벌써 밥그릇 챙긴다는 비판을 들었다"라며 "시험 때문에 하루하루가 정신없고, 1000장에 달하는 ppt를 외우면서 공부에 허덕이면서 살았다. 이기주의를 표출할 의도는 생각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대생이기 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태를 봤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라며 "그런데 학생들은 공부라는 본분을 못하고 있고 잃어버렸다. 학생들만 고립됐다. 이 사회에 어른이 어디에 있는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창민 학생은 교육부 장관의 진심어린 사과가 의대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첫단추라고 했다. ⓒ의협신문

#. 60명 정원 늘어난 건국의대 현실은?

그가 속한 건국의대 정원은 40명인데 60명이 늘어 내년에는 100명을 모집한다. 예과생이 휴학이 허용된다면 당장 내년 1학년만 140명에 달한다. 

김창민 학생은 "우선 증원된 인원을 받을 강의실부터 없다"라며 "해부학도 기존에는 6명이 한조였는데 증원되면 10~12명이 한조를 해야 한다. 조원이 2배로 늘어나면 수업 진행부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습 인원도 6명이었는데 2.5배 증원되면 12명 정도가 될 수 있다"라며 "실습 도는 것 자체가 병실을 꽉 채워는 숫자다. 교수와 소통도 소통이지만 환자에게 불편감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 "정부가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교육의 질이 분명히 저하될 것이고 학생 입장에서는 배운 것을 환자에게 떳떳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배운 게 의대교육이 맞나 하며 회의를 느끼고 동기를 잃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일련의 정책들로 마음을 다친 의대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교육부 장관의 진심 어린 사과가 그것이다.

김 군은 "학생들에게 공부할 동기를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첫걸음은 교육부 장관의 솔직한 사과"라며 "진심어린 사과가 있으면 학생들 마음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학생 본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정책도 빠른 시일 안에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그는 "의대는 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 연구하는 의학교육학이 있다. 방대한 양을 학생들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그 내용을 임상에 녹여내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학생도 교육의 질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학교도 중시하는데 교육부는 그냥 위에서 일방적으로 졸업시켜 수련하라고 하면 의사가 되는 줄 아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대통령실 역시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의료 문제를 시간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요즘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빨리 훌륭한 의사가 돼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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