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회, ESG 공청회 개최…수술방에서도 분리 방안 연구 추진
삼성서울병원, 2021년부터 의료폐기물 줄이기…500톤 감축 성공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비의료폐기물'을 적극적으로 분리해서 배출하자는 주장이 의료계 내부에서 선제적으로 나왔다. 의료폐기물을 '분리배출'하는 것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갑)과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병원 비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을 주제로 한 ESG 공청회를 열었다.
통계청의 연도별 의료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폐기물은 2019년 23.6만 톤에 이르렀다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잠시 줄었다가 2022년 23만톤까지 다시 늘었다. 2020년 기준 환경부가 고시하고 있는 의료폐기물 1톤당 처리비용 122만7000원을 적용하면 그 비용만 2800억원에 달한다.
의료계도 의료폐기물 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인증조사 시 의료폐기물 처분 관리 자료 확인, 담당 직원에게 처분 절차 질문, 의료폐기물 수집장소 관찰 등을 하고 있다. 환경부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에 맞춰 잘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최진영 삼성서울병원 지속성장지원실장은 병원 차원에서 ESG 일환으로 실시한 의료폐기물 줄이기 노력 결과를 공유했다.
의료폐기물 종류별로 보면 격리의료폐기물이 2010년 223톤에서 2022년 3만톤까지 12년 사이 137배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의료폐기물은 약 8만 2000톤 늘었는데 전체 의료폐기물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폐기물은 70% 이상이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 실장은 "격리의료폐기물은 메르스가 등장하면서 급증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만톤까지 늘었다"라며 "격리의료폐기물은 줄지 않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 즉 전국 13곳밖에 없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부터 ESG 경영을 추진하면서 의료폐기물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ESG 보고서를 보면 2021년 3880톤에서 지난해 3381톤으로 약 500톤 줄었다.
최 실장은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1년에 쓰는 비용만 20억원이 넘고 부자재 비용을 더하면 3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의료폐기물을 줄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간호스테이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용품 포장지를 일반폐기물로 분리배출해 의료폐기물을 줄였다"라며 "병동에서 의료폐기물 줄이기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상당 비치했던 의료폐기물 수거함을 일반폐기물 수거함으로 바꾸고 의료폐기물 수거함은 출입구에 하나만 뒀다.
최 실장은 "병상당 의료폐기물통을 뒀더니 70~80%는 일반쓰레기였다"라며 "병상마다 있던 의료폐기물 통을 병실마다 하나를 두는 식으로 바꿨더니 단기적으로 감축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1년에 134톤을 줄였고, 현재는 더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사회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후원으로 그린 수술실 모델을 제시했다.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도 일반 및 재활용 가능 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분리하자는 게 골자다.
여의사회는 수술실이 있는 중소병원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지난 8월 한 달 동안 비의료폐기물 관리 현황 확인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나아가 3개 병원의 수술실에서 소규모 임상도 진행했다.
발표를 맡은 이경주 국립재활원 과장은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교육의 부족을 지적하고 그로 인해 분리배출 실천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라며 "의료 종사의 인식 변화와 재활용 용기 등 물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임현경 인하의대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병원이 조심히 다뤄야 할 폐기물은 20% 정도고 나머지는 비의료폐기물일 수 있다고 진단하며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료폐기물 분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공감하면서도 수술장에서의 분리는 이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근선 한국환경공단 RFID정보부장은 "의료폐기물은 기본적으로 발생 억제가 중요한 분이고, 그래도 발생한다면 재활용이나 자원순환 쪽으로 돌리고 이것마저 안되면 적정처리하는 게 정책의 프로세스"라며 "전국에 13개의 폐기물소각장이 있는데 소각장이 감당할 수 있는 폐기물량을 고려했을 때 분리배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리장이 부족하면 의료기관이 배출하더라도 처리를 할 수 없어져 병원이 법적인 문제를 떠안게 된다"라며 "의료폐기물 소각 비용이 일반사업장폐기물 보다 2~3배 정도 비싼데 분리배출을 할 수 있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술실에서 '분리'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송 부장은 "현실적으로 수술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분리배출통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라며 "수술실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감염 여부를 육안으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진영 실장 역시 "수술장에서 폐기물 분리배출은 감염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어렵다"라며 "분리해서 일반폐기물로 버렸을 때 감염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수술 전 풀어헤치면 분리배출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일단은 수술장에서 폐기물 분리배출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최 실장은 의료폐기물 처리 단가 인하 같은 인센티브 제공, 샌드박스 형태로 병원에서 일반의료폐기물을 멸균 분쇄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의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나아가 의료폐기물에 대한 병원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권승길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교육연구본부장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담당 직원은 원무과 행정 직원으로 이들이 교육을 받고 와서 의료진 등에 자료 공유를 하는 방식이 다수"라며 "그러다 보니 의료진까지 의료폐기물에 대해 교육을 받는 것은 많지 않다"고 짚었다.
임현경 교수도 "병원 원무과의 폐기물 관리자뿐만 아니라 의료종사자 모두에게 의료폐기물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