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율 1위 충북의대, 해부학 실습은 주차장에서?

증원율 1위 충북의대, 해부학 실습은 주차장에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0.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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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섭 총장 "건물 완성 전까지 주차장에 임시 공간 마련"
국회 교육위, 무리한 증원 질타 "신설 예산, 통과 안 시킬 것"

(왼쪽)충북대학교 신설 계획 (오른쪽 위)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 (아래) 채희복 충북의대, 충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의협신문
(왼쪽)충북대학교 신설 계획 (오른쪽 위)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 (아래) 채희복 충북의대, 충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의협신문

의대 신입생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증원, 전국 1위 증원율을 달성한 충북대학교가 협소한 교육 환경으로 '무리한 증원'에 대한 국회 질타를 받았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부족한 교육 공간 확보를 위해 건물을 신축할 것이란 해명을 내놨는데, 완공까진 적어도 4년 가량의 시일이 걸릴뿐더러 해당 예산안을 국회 차원에서 통과해 줄 수 없다는 발언이 나와 실현 가능성 역시 낮아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18일 충북대학교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늘 충북의대 교육현장을 보고 왔다. 의사가 아닌 제가 판단하기에도 공간이 꽉 차서 실습자리에 공간을 더 배치할 곳이 없어 보였다. 49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은 너무 무리해보인다"며 "가능한 일이라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교육부로부터 1610억에 가까운 건축비를 배정받았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이 됐다"며 "4·5·6호관을 설계하기로 했는데 4호관은 25년부터 시공, 5·6호관은 내년 설계 후 내후년부터 건축에 들어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부학실습실에 대해서는 "증축이 필요한 시점이 2027년 3월인데. 그때까지 완공이 안 된다. 그때까지는 학군단 뒤 주차장 용지에 대체 교육시설을 마련해 29년도까지는 해부학 실습을 시키고, 완성되면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의원은 "그렇게 부실한 시설에서 교육한 학생들에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맡길 수 있겠느냐?"며 "당장 내년엔 신입생이 더 많다. 휴학한 학생들도 복귀한다면 중복된다.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었다.

고창섭 총장은 "올해 안 들은 것은 교양수업이기 때문에 내년 126명이 들어오고 올해 입학한 49명 학생이 다시 강의를 듣는다고 해도 일반 교양 강의실에서 수업이 가능하다"며 "의과대학에서 200명 학생들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강의실이 필요하다고 해, 강의동 완성 전까진 타 단과대학 강의실을 사용하도록 타 단과대학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창섭 총장은 임시 해부학 실습실과 타 단과대학 강의실 사용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들과 "협의했다"고 했지만,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논의한 바 없다"며 부인했다.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해부학실습실과 관련해 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있다. 처음엔 ROTC 쪽에 실습실을 마련한다고 했다가 공대 주차장을 얘기했다. 하지만 공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엔 뒷산을 깎겠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이후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200명 강의실에 대한 타과대학과의 합의 사실에 대해서도 "공대 주차장 부지가 공대의 반발로, 없던 일로 됐다. 농대나 사범대 역시 강의실을 빌려줄지도 모르겠다"며 회의적 시선을 밝혔다.

의학교육 신축 계획이 언덕 부지에 있어, 산을 깎아야 함에도 지반 안전성이나 산림청 허가 등 기본적 절차도 검토되지 않았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4개동 신축 계획을 보면, 언덕 위의 부지에 건물을 세운다고 했다"며 "이곳은 산림청 사업으로, 치유의 숲길이 조성된 곳이다. 지반 안전성 문제로 건물 짓는게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산을 깎아야 하는데, 가능한 게 맞나? 산림청과도 얘기가 된 거냐?"고 물었다.

고창섭 총장은 "시설과에서 고민해 나온 안이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다. 더 검토해 보겠다"면서 자신 없는 답변을 내놨다.

강격숙 의원은 "너무 쉽게 생각하셨다. 호기롭게 4배 이상을 늘리고, 의학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어떻게 가졌는지 모르겠다"며 "해부학 실습실을 포함해 문제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 역시 "3·4년동안은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너무 많은 증원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총장님의 태도는 너무도 여유롭다. 너무 자신만만하다. 마치 대통령실 관계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방문까지 마친 입장에서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고 질타했다.

충북의대 증원으로는 충북 지역의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을 거란 회의적 비판도 나왔다.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의과대학 학생의 50∼60%가 수도권에서 온다. 자리를 잡으려면 의과대학 졸업이 아니라 졸업후 인턴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충북대병원 인턴 정원은 35명이다. 50명이 졸업해도 그중 20명은 서울로 가게 돼 있단 얘기"라면서 "병원 졸업 후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덮어놓고 의과대학 증원만 키워서 인재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증원된 인재를 지역에서 교육하기 위해선 충북대병원의 병상을 현재 800에서 1600으로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는 판단도 나왔다. 현재 충북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70% 정도. 인구가 늘어나지도 않는 상태에서, 만년 적자를 보이는 병원의 규모를 두 배 가량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고창섭 총장이 호언장담한 4개동 신축 계획 자체를 국회 차원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문수 의원은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거기에 같이 협조하면서 파국을 몰고 온 책임이 굉장히 크다"며 "무조건 우길 것이 아니라 국감을 통해 제대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충북대가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았다는 1610억의 신축 예산안에 대해서도 "국회는 편성된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을 못 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이라면서 "국회에서 이런 정책을 통과시킬리 없다. 신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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