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정부 '의사 수-의료비' 왜곡 심각
의료 수요 증가 예상, 공급 늘리자면서 건강보험료는 동결?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프리드먼의 50년 전 학설을 꺼내들자, 서울의대 교수들이 "미국 의료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이 신봉하는 프리드먼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장 옹호론자였다"며 "미국 의료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감히 이러한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의 '메이요 클리닉 강연'을 언급하면서 "의료개혁으로 의사수가 늘어난다 해서 처우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해보자"고 참모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먼은 해당 강연에서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은 더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소득이 오를수록 좋은 의료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하므로 의사 공급 역시 이에 맞춰 유연하게 늘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나친 규제 완화와 시장 만능주의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나라를 만들었다"면서 "정부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미국을 따라가기를 바라는 것인가?"라고도 반문했다.
정부가 "의사 공급을 늘리지만, 의료 비용은 늘지 않을 것이고, 건강보험료도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 20년 간 국민 소득이 3배 증가할 동안 의료 이용은 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장상윤 수석의 해석에 대해, 소득보다는 의료 이용에 따른 지출 증가가 훨씬 컸다는 점을 짚은 뒤 "이 추세가 유지되면 앞으로도 이 비율(8/3)만큼 재정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 3배 많은 외래 진료, 2배 많은 입원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의료비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른 상태다.
국가 예산 정책처 보고서는 2028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되고, 2030년에는 OECD 최고 수준인 GDP 대비 16%를 의료비로 지출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공급을 맞춘다는 것은 폭증하는 의료비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정부는 '의사 수가 늘어도 개개의 의사 수익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질 것이다'라면서도 '의사 수가 늘어도 의료비가 증가하지 않는다'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현 정부는 마법이라도 부린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의사 숫자가 늘고 개별 의사의 수익도 늘어난다면 의료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정부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대위는 "정부가 장담하는 것처럼 의료비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요율을 그만큼 올리지 않는다면, 결국 민간보험 의존도나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정책이 국민건강보험의 붕괴와 의료 민영화로 이어지게 되지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끝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국민 의료비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대통령실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