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 설치기준 완화 우선 추진...공동병상은 "추가 의견 수렴 후 결론"
다시보는 대국민 설문조사, 응답자 96% "특수의료장비 검사 제한 반대"
개원가 "소규모 의료기관 진입 장벽...접근성 저하, 국민 불편 이어져"
정부가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 폐지 여부 등을 연내 결정하기로 했다. 우려와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는데, 개원가는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30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대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특수의료장비 설치인정기준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나올 예정"이라면서 "연구결과와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공동활용 병상 개선 방안 등을 연말 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통해 CT·MRI 등 특수의료장비 규정 개정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CT 설치 병상 확보 기준을 기존 200병상(군 지역 100병상 또는 인접 의료기관 공동활용 병상)에서 100병상(군 지역 50병상)으로, MRI는 기존 200병상에서 150병상으로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병상 충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동활용 병상 제도를 폐지하고, 자체 보유 병상만 인정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놔 소규모 의료기관들의 반발을 샀다.
현재는 인접 의료기관 병상 공유를 인정해 이를 포함하여 기준 병상을 확보하면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가능한데, 새 기준대로라면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 CT·MRI 보유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공동활용병상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단 의료취약지역에 한해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 입법예고했다. 군 지역 CT 시설 기준을 기존 100병상 이상에서 50병상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오 과장은 "공동활용 병상 등의 이슈는 의료계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포함해 특수의료장비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그 내용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활용병상 폐지 움직임에, 개원가는 완강한 반대 입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2월 공동병상 폐지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특수의료장비 검사 제한은 국민들도 반대하는 정책이라는 결론이다.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5%가 CT·MRI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었는데, 검사 당시 이용한 의료기관 비율은 대형병원이 17%, 동네의원및 소규모 병원이 73%로 소규모 의료기관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동네 의원과 소규모 병원에서 검사한 응답자의 97%는 접근성이 높고 경제적이며, 검사의 질적 차이도 없다고 생각되어 만족했다고 답했다.
공동활용병상 폐지 등 정부의 특수의료장비 검사 제한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96%가 반대의견을 냈다. 빠른 진단을 위해 가까운 병의원에서 검사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개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병상 수가 적은 소규모 병원에서 CT·MRI검사 장비를 보유할 수 없게 되면 환자들은 필수적인 검사를 받기 어려워지고, 1차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을 찾지 않게 될 것"이라며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