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탄핵' 존재감 확인한 전공의, 그 다음은?

'의협 회장 탄핵' 존재감 확인한 전공의, 그 다음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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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명 전공의 대표 연판장, 의협 회장 불신임 '결정적 장면'
전공의, 마침내 대화의 장 나설까...갑갑한 외부 환경 숙제 

ⓒ의협신문
지난 2월 20일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 총회 ⓒ의협신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의협 대의원들의 불신임 결정으로, 취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관심사는 지도자 교체 요구를 관철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한 전공의들의 다음 선택이다. 

새 집행부와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던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 그러나 정부는 '2025년 의대정원 불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 외부 환경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영향력 확인한 전공의 "의협 회장 탄핵" 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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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한 임현택 회장과 전공의 연판장 ⓒ의협신문

임현택 회장 불신임안은 지난달 25일 공식 발의됐다. 조현근 대의원의 불신임 제안에 불과 5일 만에 전체 대의원의 40%가 넘는 103명이 동의하면서 주목받았다.

불신임 안건을 접수한 의협 대의원회는 보름 뒤인 11월 10일 불신임 안건 가부를 묻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후 임현택 회장은 대회원 서신문과 대의원 호소문 등을 통해 그간의 불찰을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고, 지방 순회를 마다하지 않고 직접 대의원들을 만나 재신임을 설득했다. 

임 회장의 태도 변화와 "탄핵을 해도 대안이 없다"는 회의론이 맞물리면서, 탄핵 무용론이 힘을 받았다.  

다소 주하던 탄핵 여론에 다시 바람을 일으킨 것은 7일 발표된 이른바 전공의 연판장이다. 박단 위원장과 89개 병원 전공의대표들은 이날 실명을 내걸고 임 회장에 자진 사퇴를, 의협 대의원회에 임 회장 탄핵을 요청했다. 

이들은 특히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의협 회장 교체 시 지금까지 있었던 의협-전공의 간 단절의 벽을 깨고, 소통과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전공의 부재'와 그에 따른 '의협 대표성 논란'이 의정대화의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전공의 대표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대의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10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동일한 입장을 재확인했고, 총회에 참석한 224명의 의협 대의원들은 170표에 달하는 찬성표로 임 회장 불신임을 결정했다.

전공의, 대화장 나설까...갑갑한 외부환경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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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이후의 관심사는 전공의들의 다음 행보, 새로 구성될 의협 비대위와 차기 의협 집행부와의 연대 활동에 실제 전공의가 참여할 지 여부다.

전공의들이 지도자 교체 시 의협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던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대의원은 "지금 의협이 전공의를 아우르지 못한다면, 의료사태의 해결을 물론 우리 의료 자체가 끝을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변화를 택했다"며 "대의원들의 진심을 믿고 전공의들도 이제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B대의원은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참여가 필수"라며 "임 회장 탄핵을 계기로 의료계 모든 직역이 의협 지붕 아래 모여야 한다. 단일대오를 정비해 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 또한 총회 직후 "비대위가 구성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만들어지면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전공의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관건은 외부 환경이다.

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월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골자로 하는 7대 요구안으로 내놓은 바 있으며, 이후 수정없이 이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 또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해, 이를 대정부 요구사항의 근간으로 삼아 그간 의료사태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은 수용한 상태로, 2025년 의대정원 조정은 불가하다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2025년 의대정원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대로 됐다"고 쐐기를 박으며 "의료개혁 문제를 빠른 속도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의료계와 정부 양쪽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지금의 대치상황이 이어진다면 전공의가 대화에 나선다 해도 의-정 갈등, 의료사태 해결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과 전공의가 다시 연대에 나선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는 있겠으나, 결국 양쪽이 대화와 공조를 통해 지금의 의료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제 막 의료계 내부 정리를 위한 단초를 얻었을 뿐이다. 의협과 전공의가 함께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후 단일화된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의정대화이던, 여야의정협의체이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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