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정연, 26일 의료정책 전문가 좌담회 개최
요양기관 계약제 필요성 강조, "의료 민영화와 달라"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소비자의 '의료비용 의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서비스 가격을 의료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춰 접근성을 보장하면서 의료 과다이용 등이 발생한다는 것.
아울러, 의료개혁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6일 오후 2시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의료개혁의 시작, 무엇부터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규식 (사)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윤석준 교수(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은혜 의협 정책이사, 장재영 사직전공의(서울대병원), 김진현 강사(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등이 전문가로 참석했다.
윤석준 교수는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해 대한민국 의료제도에서의 가장 큰 문제를 '비용 의식'이라고 꼽으며, "의료 공급자인 의사와 소비자인 국민 모두 자신의 전체 치료비를 가늠하기 어려워 과다 지출이 일어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로 OECD 지표 중 우리나라의 의료비용 지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 속에서 국민이 의사에 대한 신뢰,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부족하다보니 의료비용 의식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이는 보험 운영자인 국가에서 비용 문제·의식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근본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체제에서 공무원들이 각 부서를 순환하며 근무하다보니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의료보장 제도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은 비용 의식을 의료공급자나 소비자, 국민에게 고취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의료비용 의식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재영 사직전공의(서울대병원)는 "건강보험으로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게 만든다"며 "인위적으로 의료서비스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수요는 자유 시장에 맡겨놓으니 환자의 의료 수요 욕구가 지나치게 커져 충족하지 못한 욕구의 원인을 의사 수 부족에서 찾고, 의사들은 수요가 이렇게 많은 이유를 환자들의 비용의식의 문제, 혹은 의료를 너무 많이 이용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종국에는 의사와 환자 관계의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발언한 장재영 사직전공의는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발언했다.
이규식 연구원장 역시 "비용의식을 제도적으로 심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요양기관 계약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공급 시장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의료공급자를 정부가 만들어서 공공병원을 할 것이 아니라 공공이든 민간이든 의료보장에 참여하도록 하고 민간은 계약제를 통해 참여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의료개혁에 앞서 방향성을 먼저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한 이은혜 정책이사 역시 "건강보험은 단순한 의료제도가 아니라 체제 유지 수단"이라며 "건강보험 지속 가능을 위해서는 요양기관 계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적의료, 건강보험 의료를 제공할 공급자와 민간의료를 제공하는 공급자로 공급자 시장을 분리해 의료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줄 필요성을 언급한 것.
요양기관 계약제가 의료 민영화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정책이사는 "요양기관 계약제는 의료보장 국가에서 하는 제도고 의료 민영화는 의료보장 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며 "요양기관 계약제는 모든 국민은 의료를 보장받는데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개념이다. 의료 민영화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의료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 역시 요양기관 계약제에 공감의 뜻을 드러내며 "1989년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흐름이 수정과 보완없이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와 있다"며 "당연지정제에서 소위 계약제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지정제를 해지하는게 바람직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는 강대식 의협 회장 직무대행도 참석하며 의미를 더했다.
강대식 회장 직무대행은 "지속 가능한 의료보장 화두가 생겼을 때 정부가 내놓은 솔루션 자체에 혼란이 극대화 되는 것 같다"며 "건강보험 제도가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필수의료붕괴라는 문제점이 생겼다. 어떻게 잘 활용할지 컨센서스 모으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