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쥔 '정부 통제' 의학교육 위기 불렀다

돈 줄 쥔 '정부 통제' 의학교육 위기 불렀다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12.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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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오류 생겨도 회피…전문성 없는 정부 의존하는 조직문화 바꿔야
의학교육학회 5일 정책 대토론회 "의료계 내부 논의 구조 마련해야"

최효선 한국의학교육학회 정책간사(조선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5일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열린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에서
최효선 한국의학교육학회 정책간사(조선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5일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열린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학부 교육부터 시작해 전공의 교육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 획일적으로 학제, 선발, 평가 등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모든 요소요소에 정부의 통제와 개입이 굉장히 강하다. 의학교육기구에 정부 대표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운영 주체"라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의학교육 정책이 실패하는 원인은 의학교육 전문가를 배제한 채 예산·재정 등의 권한 쥔 정부가 의학교육 운영 주체로 나서 강력히 통제·개입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교육과 의료는 국민 관심사인 만큼 대통령과 여당이 의사결정에 깊숙히 관여하는 조직문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효선 한국의학교육학회 정책간사(조선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5일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열린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에서 "북미나 영국은 운영기관과 관리단속 기구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학부 교육부터 시작해 전공의 교육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 획일적으로 학제, 선발, 평가 등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모든 요소요소에 정부의 통제와 개입이 굉장히 강하다. 의학교육기구에 정부 대표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운영 주체"라고 지적했다.

최효선 정책간사는 의학전문대학원 정책 실패 요인을 분석한 연구 문헌을 소개하면서 "정책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이 의사결정에 깊숙히 관여했고, 정부가 물러서지 않은 채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면서 "공무원들이 정책 오류를 알았더라도 성과에 좋지 않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다. 

"의학교육에 관해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 기구나 의사결정자들은 의학교육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힌 최효선 정책간사는 "정부 개입과 전문성 부재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과정에서도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대토론회 참석자들은 의학교육 종사자들이 전문가로서 자율적으로 문제와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영전 원광의대 교수는 "전문가 집단이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문제를 잘 알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고, 계획할 수 있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수가 더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줄여야 할지 늘려야 할지, 전문가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의학교육계가, 의협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문제지만 실제 우리의 문제임에도 회피했다. 그 우리의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반성도 있다"고 밝힌 김영전 교수는 "의학교육과 의료인력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모여 증원이 필요한지, 감원이 필요한지, 실제 10년 후에 필요한 의사추계는 어떤지를 연구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5일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5일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정부에 기대고 손 벌려온 의료계 내부 단체의 의존적 모습이 통제와 압력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노혜린 인제의대 교수(의학교육학)는 "10년 전 전공의들이 도저히 이런 수련환경에서 못 살겠다는 것을 의학교육계와 얘기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터뜨리고, 정부와 얘기했다"면서 "정부는 이를 빌미로 전공의교육(GME)을 맡았다. 지금 와서 보면 정부가 안 돌아오면 고발하고, 처단한다며 전공의를 핍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혜린 교수는 "전공의만 그런게 아니라 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학교와 병원에서, KAMC에서 말을 안 들어준다고 정부에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정부에 자꾸 인맥을 대고 얘기해서 뭔가를 바꿔보려 했다"면서 "10년 뒤에 우리에게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결국은 우리를 향한 화살이 된다"고 내부 논의를 통한 자율적 변화가 아닌 외부세력을 통한 타율적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의대 정원의 급격한 증원으로 인한 교육환경의 부실화에 관한 우려도 쏟아졌다.

A의대 교수는 "이미 정원이 많이 늘어난 간호대학에서는 전국 병원에 실습을 시켜달라고 빌면서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면서 "지방 의대는 정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강의실은 시설을 확장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일부 극복할 수 있겠지만 실험과 임상실습은 로딩이 배로 늘어난다"고 걱정했다.

B의대 교수는 "의대 교수는 진료하고, 연구도 하면서 교육도 해야 한다. 교육이 소홀해 질 것이다. 교육을 전담하는 교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어디서 지원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근상 전북의대 학장은 서남의대 편입생 교육 경험을 소개하며 "전북의대 정원이 110명인데 서남의대 편입생이 30%(32명) 늘어나니 임상실습에서 문제가 생겼다. 강의실 뒤로 가건물을 지어야 했는데 뒷자리에 있는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교육이 질이 확 떨어졌다"고 밝혔다.

권근상 학장은 "변화의 폭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교수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강의실 공간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현실적으로 나타났다"면서 "극복했다라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적응하고, 순응한 것이다. 의학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박훈기 한국의학교육학회장은 의학교육에 관해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수업적평가시스템부터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학교육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훈기 학회장은 "40개 의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의학교육평가원에서 교수업적평가시스템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으면 한다. 기준에 따라 겸임교수가 되면 의학교육의 20∼80%를 교수업적평가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교수를 선발한 때 교육도 연구업적 만큼 인정받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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