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부작용 조사도 않으면서, 첩약 급여화로 전국민 보급" 비판
주수호 제 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기호 3번)가 '건강보험 한방 분리'를 정면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한약은 약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다.
주 후보는 17일 입장문을 내어 "보건복지부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조속히 건강보험의 한방 보험 분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과학적 근거를 따져 보완대체요법의 등급을 분류하는 영국에서, 한방요법은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3군으로 분류되어 있다"며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문제삼았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잔류농약 실태 조사 및 위해평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조사대상 50건의 한약재 중 48%에서 총 22종의 잔류농약이 검출되었다고 한다"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 대한의사협회 임원이 정부에 한약에 대한 부작용 조사를 왜 하지 않느냐고 묻자 정부 당국자가 "한약은 약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발언도 언급했다.
주 후보는 "농약이 얼마나 묻어 들어가는지도 관심이 없고 한약은 약이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부작용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한방 첩약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켜서 전국민들에게 보급하려고 한다"고 정부의 태도를 꼬집고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조속히 건강보험의 한방 보험 분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약은 약이 아니다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는 산하의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한의사들의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다. '한의사의 미국 진출 가이드북'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유럽만이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온 세계에 한국의 한의사를 야심 차게 수출할 기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부분 진출하려는 해당 국가에서 침구사 자격을 획득하거나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자격을 획득해 개업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민 절차까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일론 머스크가 연일 '인구 붕괴 국가'라고 직격하고 세계 언론이 조만간 인구가 소멸될 국가라고 걱정해주는 나리이다. 의사는 해외로 나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나라의 보건복지부가 기껏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까지 주고서는 이들에게 어서 이민 가라고 정부 예산을 들여서 시장조사까지 해주고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차도 한의사가 국민 보건에는 필요없다고 인정하는 꼴이다.
한의학연구원이 만든 가이드북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의사 면허자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 행위를 하는 것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에 기반을 둔 현대의학에 비해 비주류라고 평가되는 보완대체요법(CAM)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보완대체요법에 속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은 의사가 직접 시술하는데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침구사나 TCM의 행위는 아주 엄격하게 제한하고 건강증진이 아닌 치료 목적의 시술은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은 상원과학기술위원회 산하의 보완대체요법 분과위원회에서 보완대체요법을 다룬다. '과학기술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주먹구구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따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국은 '부적절한 치료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치료법인지 아닌지는 과학적 근거로 따진다는 말이다. 영국의 법은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위해 국가는 부적절한 치료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은 보완대체요법을 총 3부류로 분류한다. 체계가 잡히고 효과가 검증된 요법을 1군으로, 현대의학에 대해 보완적인 효과가 있는 요법은 2군으로, 실험적 증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요법은 3군으로 분류하였다. 근거가 확보된 1군은 의사면허자라면 별다른 제한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침술은 근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1군으로, 한방요법은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3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영국은 '부적절한 치료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관련법을 운용한다. 하지만 한국은 모든 나라에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한약재를 이용한 보완대체요법에 한의사 면허를 주었다. 그랬으면 적어도 이러한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한의학연구원을 만들어 놓고는 이민이나 장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래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고위 관계자가 의사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약화 사고 등 의약품 부작용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의협의 임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약물의 부작용을 조사하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왜 국가에서 한의사에게 면허까지 준 한약의 부작용 조사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관계자가 "한약은 약이 아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전통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과학적 원칙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치료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지도 없는 정부다. 얼마전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잔류농약 실태 조사 및 위해평가' 연구를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50건의 한약재 중 48%에 해당하는 24건에서 총 22종의 잔류농약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한약은 한약재를 농축하여 고농도로 복용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농약이 한약에 섞여서 환자들 입 속으로 들어가는지 정부는 실태나 파악하고 있는가?
농약이 얼마나 묻어 들어가는지도 관심이 없고 한약은 약이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부작용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한방 첩약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켜서 전국민들에게 보급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해치려고 존재하는 조직이므로, 이 지경이라면 차라리 보건복지부가 사라져야 의료가 살아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조속히 건강보험의 한방 보험 분리를 시행하는 것이다.
2024년 12월 17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
기호 3번 주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