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1만명, 10개월째 이어진 '장외투쟁'...다시 선택의 시간
탄핵안 가결됐다지만 달라진 것 없어...적절한 후속책 없이는 "글쎄"
동일과목·연차 지원불가 규정 '현실적 제약'...특례 적용 등 고려해야
윤 정부의 의료개혁 폭주 그 후, 풀어야 할 문제는 내년 의대증원 뿐 아니다. 10개월째 병원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1만 2000여명 전공의들 얘기다.
정상화를 위한 '기로'는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이 이뤄지는 내년 1월이다. 이 때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내년에도 '전공의 없는 병원'을 감내해야 한다.
부연하자면 전공의의 부재는 단순히 병원 내 일손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공의의 부재는 당연하게도 전문의 배출 중단과 전임의, 교수요원의 부족 등 연쇄효과를 낳게 된다.
군 의료도 비상이다. 의대생이 일반병으로 입대를 자원하고, 전공의 자원이 급감하면서 취약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공보의와 군 의료 안전망인 군의관 수급에도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
의료계가 전공의 이탈의 후폭풍이 최소 10년 이상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 무리한 2000명 증원 추진, 전공의 1만 2000명 잃었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난 2월 20일께다. 같은 달 6일 정부가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 이어 2025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전공의들은 이에 반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1만 3756명의 전공의 가운데 남은 사람은 전국 1000명 남짓.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자신이 일하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의대증원 졸속추진 증거가 줄줄이 드러나고, 그로 인한 폐해가 단순한 우려가 아님이 확인됐으며, 이러한 의료사태를 촉발시킨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이들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탄핵안 가결에도 의대증원 기차가 여전히 폭주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협조없이는 '원대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마지노선은 2025년도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내년 1월 중순께다. 이 때까지 이들의 복귀를 위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다.
# 탄핵안 가결됐다고, 전공의 돌아올까? "아직 달라진 것 없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지만, 이후 어떠한 상황 변화나 후속 조치도 없이,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공의들은 지난 10개월간, 필수의료패키지와 의대증원 계획 백지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7대 요구안을 고수해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안 상정 당일 "2025년 의대모집 등 윤석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의료정책은 모두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단 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의대증원 백지화가 여전히 전공의 복귀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의료계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의 결심 혹은 대법원의 의대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그도 아니면 각 대학총장의 의대 선발인원 조정 등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하고 있다.
# 1월 중순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 정상화 '분수령'
전공의 복귀를 막는 현실적인 장벽들도 거두어야 한다. 전공의 수련 특례 등의 적용이다.
현행 전공의 수련규정 지침은 전공의로 하여금 사직 후 1년 안에 동일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로는 전공의 '복귀'라지만 해당 규정이 존재하는 한 전공의들은 본래 자신이 일하던 자리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가을턴 모집에 한해, 다른 병원에서 동일과목·연차로 재수련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지침을 적용받지 않도록 예외를 뒀는데, 이 또한 병원을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전공의들의 '원대 복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복귀 전공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비수도권 병원 전공의들의 수도권 병원 갈아타기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사태가 일단락되어 전공의들이 복귀를 원하는 상황이 된다면, 해당 지침을 아예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를 두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도적 걸림돌 없이 전공의들이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1월 중순 상급년차 모집, 2월에는 입영영장 분류가 예정되어 있다. 다음달이 전공의 사태를 매듭 지을 분수령으로, 이 때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내년 전공의 수련도 파행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