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강희경·주수호 후보 "못 받는다" Vs 이동욱·최안나 후보 "받는다"
건정심 구조·수가 협상·공단 재정위 일방적 밴드 설정…"반드시 손볼 것"
서울특별시의사회 주관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
2025년도 의대 정원이 1500명 증원된 채 굳어진 후, 정부에서 2026년 정원을 기존 3000명에서 1500명 줄이겠다고 제안한다면 수용할 수 있을까?
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금은 결을 달리 했다.
김택우 후보(기호1번) : 기존 의대 정원 3000명에 1500명이 늘었고 유급된 학생까지 더하면 7500명이다. 2026년도 문제가 아니라 그 상태로 10∼20년 간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강희경 후보(기호2번) : 받아들일 수 없다. 2026년도는 모집인원은 0∼500명 정도가 적정하다. 그래야 3년 정도 학생들을 모아서 향후 교육을 도모할 수 있다. 1500명은 너무 많다.
주수호 후보(기호3번) : 받아들일 수 없다. 2026년도에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300명씩 5개년, 혹은 500명씩 3개년을 뽑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사직전공의나 의대생들도 같은 생각으로 알고 있다.
이동욱 후보(기호4번) : 2026년 정원을 1500명으로 제안한다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굴욕적인 제안이다. 의대생, 전공의가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내키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최안나 후보(기호5번) :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의료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함께 논의할 수 있다. 1500명 제안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후배들의 피해를 줄이고 파탄을 막기 위해 곧바로 협의에 들어가겠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21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대강당에서 43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열고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정견을 공유했다.
먼저 출마하게 된 이유부터 물었다.
김택우 후보 : 의료농단·의료계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의대생 문제를 야기한 정부에게 책임과 사과를 반드시 묻겠다. 정부는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의협의 대표성은 회원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 때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의료의 정상화, 협회의 정상화, 전공의·의대생 교육의 정상화를 이뤄내겠다.
강희경 후보 : 의료 영역이 침범당하고 있다. 의사는 리더로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일차의료, 지역의료를 이끌어가야 한다. 표 걱정에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우리가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요구해야 한다. 방식이 다르더라도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일이면 함께 고민하고 서로 격려하는 의사협회가 되길 희망한다.
주수호 후보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리더십 있는 사람이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 의협회장이 되면 전직 회장이나 미래형 대표가 아닌 의료계 대표로서 정부, 정치권 누구나 만나서 의료계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겠다.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당선증을 받은 다음 날 바로 회무를 시작해야 한다.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칠 여유가 없다.
이동욱 후보 : 모든 후보가 잘 해결하겠다고 하시지만 회원들의 의구심은 크다. 의료계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지난 10개월간 각자 무엇을 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지난 시간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피나게 싸웠다. 오늘도 토론회를 마치고 다시 나간다. 2만 6000 경기도 의사회원에게 두 번의 선택을 받았다. 투쟁력과 회무능력은 검증됐다.
최안나 후보 : 한국 의료는 우리가 협력해서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정부의 의료개혁을 빙자한 의료개악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지난 9개월간 의협에 투신해서 어떤 자리도 마다치 않고 헌신했다.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의협을 만들어서 후배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의 의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 누군가는 몸을 던져 해내야만 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수가협상, 환산지수 쪼개기 등 현안에 대한 문제인식도 짚었다.
김택우 후보 : 가장 큰 문제는 건정심 구조다.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로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법 개정이 아니라 하위법령으로도 가능하다. 진정한 수가협상은 건보공단 수가협상팀과 공급자들이 밴드 자체를 결정해야 한다.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이 밴드를 놓고 1차 협상을 벌인 후, 결정된 밴드를 갖고 유형별 2차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환산지수 쪼개기는 탈법이다.
강희경 후보 : 건정심 구조 자체가 문제다. 너무 불공정하다. 의원급의 경우 의원급만을 위한 다른 협상 주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행위별 수가제도 아래에서는 내부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내부 합의를 거친 후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주수호 후보 : 수가협상의 문제점은 '협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건정심 구조를 깨지 않고는 모든 방법이 불가능하다. 단체계약제 관철이 큰 틀에서의 목표다. 내부 합의도 필요하고 원칙이 있어야 한다. 순증이뤄지기 전에 현 상태에서 특정과 부분을 빼서 다른과에 보전하는 방식은 안 된다. 순증이 이뤄질 경우 어디에 먼저 줄 것인지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 이 두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이동욱 후보 : 건정심 회의에 참석해보면 거의 100조원의 예산을 결정하면서 표결도 하지 않는다. 차관이 말하면 그냥 모두 통과된다. 위원 구성부터 모든게 너무나 불합리하다. 회장이 되면 이 부분을 반드시 개선하겠다.
최안나 후보 : 42대 집행부 보험이사로서 수가협상에 참여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누가 회장이 되도 안 된다. 지금의 협상은 협상이 아니다. 수많은 의무만 주어지고 건보재정이 올바로 집행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역할에서는 배제돼 있다. 법 개정은 물론이고, 수가협상 과정의 문제점들에 대해 국민과 함께 요구하겠다.
의대증원 사태를 통해 젊은 의사들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잚은 의사들의 의협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또 수련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김택우 후보 : 전공의들이 왜 떠났는지 돌아봐야 한다. 수련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한국 의료의 미래 시스템은 망가질 것이다. 먼저 수련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보호막이 필요하다. 또 진료에서 면책 범위도 허용돼야 한다. 보건의료측면에서 국가적으로 큰 역할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수련비용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과 대화를 늘리고 임원단으로 함께 일하겠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
강희경 후보 :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을 떠난 후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실감했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잡일에 노출됐던 것도 알게 됐다. 드러난 불합리를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전공의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공의 정원은 미래 의료 수요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또 수련 전공의도 교육자를 평가해야 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은 너무 당연하다. 수련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환자들도 실습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주수호 후보 :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게 아니라 값싼 노동력으로 일하는 근로자인게 획인됐다. 이제 다시 수련의사로서 위치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수평위에는 의협 위원 1명, 전공의 위원 1명 외 15인으로 구성된다. 건정심과 같은 구조다. 의협은 힘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힘을 갖기 전에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동욱 후보 : 획일적인 수련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개원의사와 교수들이 같은 수련기간을 거쳐야 할까. 1차, 2차, 3차 의료기관 각각의 역할에 맞는 수련제도가 필요하다. 전공의가 해야할 부분을 PA에게 넘기기 보다, 전공의가 하고 있는 많은 잡일을 줄여주는 게 필요하다. 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안나 후보 : 후배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빼앗기고 짓밟힌 인권을 되찾아주고 의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협이 이대로는 안 된다. 젊고 유능한 의협이 돼야 한다. 젊은의사들의 정책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뜨거운 열정을 확인했다. 젊은 의사들에게 누구든 의협에 들어와서 자기가 살아갈 세상의 정책을 스스로 만들라고 제안하겠다. 한계가 있으면 뚫어주고 외풍이 있으면 막아주는 의협으로 이끌겠다.
자신의 단점과 상대 후보의 장점으로는 무엇을 꼽았을까.
최안나 후보 : 너무 급하다는 얘기 많이 듣는다. 그래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한결같이 의미있는 시간이고 많이 배웠다고 한다. 이런 비상시국에 단련된 회장감이다. 이동욱 후보는 진오비 활동을 함께 했다. 우직하게 자기만의 한 목소리를 낸다. 경기도의사회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하시는 모습 지켜보고 있다. 주수호 후보는 멋지다. 앞으로도 멋진 모습으로 의료계를 빛내 주시길 바란다. 강희경 후보는 너무 귀하다. 교수로서 의협회장 후보로 나와주신데 감사드린다. 김택우 후보는 비대위 시절부터 존경했다. 앞으로도 적극 도와주시길 바란다.
이동욱 후보 : 리더로서 마음이 좀 약한 편이다.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한다. 주수호 후보는 마음이 따뜻하다. 연배가 있으신데도 의료계를 위해 나오신 것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낀다. 강희경 후보는 냉철하고 날카롭게 보인다.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한다. 김택우 후보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춰준다. 최안나 후보는 마음이 넓은 것 같다. 여성임에도 대장부 스타일이다.
주수호 후보 : 제 단점은 싸가지가 없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을 대표했을 때 그렇다. 의협회장으로서 그런 당당함이 필요하다. 김택우 후보는 2000년 의쟁투 때부터 뵙는데 두루두루 원만하다. 단점을 찾기 어렵다. 강희경 후보는 굉장히 강한 분인 줄 알았는데. 정말 소녀 같다. 그리고 스펀지처럼 주변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인다. 이동욱 후보는 놀랄 정도로 끈기가 있다. 우리가 모범 삼아야 한다. 최안나 후보는 열정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일 것 같다. 의료계 문제 해결에 큰 자산이다.
강희경 후보 : 좀 덜렁거린다. 기억력도 떨어진다. 그런 탓인지 언쟁이 있더라도 돌아서면 잊는다. 귀도 얇아 제 의견도 쉽게 바꾼다. 김택우 후보는 점잖으시다. 저런 어른이 돼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수호 후보는 처음 뵙지만 따뜻하다. 선거 과정에서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이동욱 후보는 초지일관 하시는 것을 배우고 싶다. 최안나 후보는 저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의견도 겹친다. 같이 일했으면 한다.
김택우 후보 : 정이 많다보니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가슴은 따뜻하다. 강희경 후보는 본인만의 의지를 갖고 계신거 같다. 주수호 후보는 오랫동안 존경하는 선배로 카리스마도 있고 멋지다. 현안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다. 이동욱 후보는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의지를 갖고 일한다. 최안나 후보는 여걸이라고 느껴진다. 멋진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