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사태로 업무 강도 높아진 현실에 "교수노조 설립, 지금이 적기"
대법원, 노조 설립 부정하는 학교법인 소송 자격 없다며 기각
전의교협, 노조설립 가이드라인 제작 돌입…당직비 소송 등 법률 자문도

의사 노조로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아주의대 교수노동조합이 적법성을 획득했다. 대법원이 아주의대 교수노동조합 설립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 이는 곧 노동자로서 이익을 얻기 위한 교섭권과 파업권이 정당하게 보장된다는 것을 뜻한다.
젊은의사가 병원을 떠나고 교수만 남아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동자로서 의사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게 의료계 시선이다.
대법원은 최근 아주대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 신고필증 교부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아주의대 교수노동조합은 보조참가인으로서 소송에 참여했다.
아주의대 교수들은 2021년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당시 조합원 수는 48명. 노동청은 같은 해 4월 아주의대 교수노조 설립을 허가하고 노조설립 신고 필증을 교부했다.
교수노조 설립을 반대하던 대우학원은 해당 노조설립 신고증 발급이 부당하다며 노동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은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 교부 처분이 무효라며 대우학원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은 2심에서 반전됐다. 수원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학교법인인 대우학원이 노동조합 설립 취소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사용자의 원고적격 여부'를 다룬 1995년과 199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사용자에게 노동조합 설립 신고 수리처분 자체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원고적격을 인정하게 되면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주의의 당초 입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소송으로 대응하는 등 근로자의 단결권이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대우학원이 어떤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대워학원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유지하며 대우학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2021년 설립 후 약 4년 만에 의과대학 교수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의사 노동권 챙기기 어느 때보다 중요…노조 설립 적기"
의료계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고 빈자리를 남아있던 교수들이 채우고 있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번아웃을 호소하면서 '노동권 챙기기'가 중요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협상력을 확보한 만큼 '파업'이라는 강력 수단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 언론 기고에서 "많은 의사들이 직무에 대한 압박감과 소진을 느끼고 있는데 이는 의사 개인의 저항력 문제가 아닌 제도적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조직화된 집단은 거대한 자본이나 거대 병원의 고용주에 대항해 근로환경의 개선과 해결책을 집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사실 대학병원 현장에서는 노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의정 사태로 교수들이 점점 힘든 환경에 놓이고 있다. 근무환경이 안 좋아지니 교수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노조가 있다면 사측과 단체 교섭을 통해 근무환경에 대해 적법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라며 "교섭 과정이 불합리하다면 파업도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대법원 판단 후 "대한민국 의사 전체가 노동자로서 지위를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인정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며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대법원 판단 후 의과대학 교수 노조 설립에 대한 각종 법률 검토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교육공무원법 등에서 의대교수 노조 설립과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관련법 개정을 비롯해 당직비 소송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라며 "나아가 노조 설립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한 법률 자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