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빠른 도입보다 세밀한 검증 더 중요

의료 AI, 빠른 도입보다 세밀한 검증 더 중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5.01.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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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영상의학회,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
시장 진입 돕기 위한 '선진입의료기술' 제도 문제점 수두룩
근거창출연구 폐지·임시등재 기간 연장·퇴출기전 폐지 등 개선 시급
기업친화적 요소 많고 수익창출 도구 악용 우려…의료 관점 고찰 필요

의료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운용 중인 '선진입의료기술' 제도에 근거창출연구 의무화 폐지, 임시등재 기간 연장, 퇴출기전 폐지 등이 포함되면서 제도 취지와는 달리 수익 창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진입의료기술과 향후 추가로 고려되는 '시장 즉시 진입 의료기기' 제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만 통과하면 즉시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정받아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17일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열고 현재 운용 중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최준일 정책연구이사(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는 '진단보조 인공지능 의료기술의 사용과 보상: 현재의 상황 및 우려' 발제를 통해 선진입의료기술 제도를 통한 수익창출 악용 가능성을 짚었다. 

최준일 정책연구이사는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와 혁신의료기술평가라는 두 개의 트랙 모두 임시등재라는 한계가 있고,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시장진입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선진입의료기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했다"라면서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절차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시행 중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먼저 근거창출연구 의무화 폐지와 임시기간 연장 문제다. 

최준일 정책연구이사는 "신 의료기술 관련 근거창출연구를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하면서 의무화가 폐지됐다. 이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잠재성 있는 기술을 시장에 선진입시켜 근거를 창출한다는 제도 취지에 역행한다. 근거창출 노력을 하지 않고 조기에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임시등재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됐다.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특성상 2년이면 충분히 유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도 2년을 더 연장한 것은 유효성 검증보다 수익성을 앞세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퇴출 기전 폐지와 환자 구득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준일 정책연구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퇴출도 되지 않는다. 근거나 유효성이 부족해도 위해만 없다면 선진입만으로 영원히 급여 혹은 비급여로 남게 된다. 게다가 진단보조 AI의 경우 기술과 위해의 인과관계 증명이 매우 어렵다"라면서 "동의서 구득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술·시술 등 독립적인 행위가 아닌 진단보조 의료기술에서는 적용이 어려울 수 있고, 실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탈도 벌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선진입의료기술 제도는 전반적으로 기업 친화적이며 수익창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최준일 정책연구이사는 "평가유예 기간 연장은 근거창출연구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지만, 단기간에 매우 많은 증례 수집이 가능한 진단보조 인공지능 의료기술에서 정말 필요한지 의문스러우며 오히려 임상적 유용성 근거 창출보다 지나치게 의료기관과 기업의 이윤추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이런 변화는 실제 기술을 사용하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며 기술 관점이 아닌 의료관점에서 제도에 관한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17일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열고 현재 운용 중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왼쪽부터 박성호 편집이사, 정승은 회장, 최준일 정책연구이사, 이충욱 보험이사, 황성일 총무이사.
대한영상의학회는 17일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열고 현재 운용 중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왼쪽부터 박성호 편집이사, 정승은 회장, 최준일 정책연구이사, 이충욱 보험이사, 황성일 총무이사.

의료분야 AI의 현실도 노정했다. 잠재력은 크지만 실제 진료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여준 사례는 드물다는 진단이다. 

박성호 대한영상의학회 학술지 <KJR> 편집장(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은  '진단보조 인공지능은 환자와 의료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가?' 발제에서 세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성호 편집장은 "실제 의료분야 AI에 대해 ▲AI를 통한 진단능력 향상 ▲비전문가의 전문가 수준 향상 ▲의료인의 업무 부담을 낮추고, 이를 통한 번아웃 방지 ▲궁극적으로 의료의 결과 향상 등의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 및 사용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현재 진료에 단지 AI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의료기기 인허가 때의 AI 성능이 현장 진료 상황에서의 성능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 ▲비전문가가 AI를 이용한다고 전문가처럼 되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무작정 AI를 도입한다고 꼭 의료인의 업무 부담이 줄고 효율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AI의 도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 개선에 도움을 주는 AI의 잠재력이 실제 진료환경에 널리 구현될 수 있도록 인간-AI 상호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밀하고 과학적인 접근, 적절한 전문가를 통한 AI 활용, 전문가에 의한 지속적인 AI 성능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제도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성호 편집장은 "이런 요소들을 간과하거나 생략한, 특히 단지 경제적 이익 및 산업 발전이라는 동기부여에 의한 근시안적 도입은 AI의 보급에도 궁극적으로 장애가 될 수 있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AI의 무분별한 확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라면서 "의료 인공지능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밀하고 과학적인 도입이 필요하며 전문가를 통한 성능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모니터링과 검증을 간과하거나 생략하고 환자 중심적 고려가 아닌 산업적 부분을 강조한 근시안적인 제도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적절한 비용 산정과 관련 제도 도입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충욱 보험이사(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바람직한 기술 적용 방법' 발제를 통해 AI 소프트웨어 도입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자, 사용자(의사 및 병원), 개발자, 정부 등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충욱 보험이사는 "대한영상의학회는 검사비의 약 5% 수준을 적절한 비용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방사선 특수영상(예, CT) AI 소프트웨어의 보험수가는 검사비의 2.5%∼3%로 책정돼 있다"라면서 "낮은 금액으로 인해 모든 회사가 보험수가 대신 비보험수가를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패널토의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선진입의료기술 제도를 포함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먼저 선진입의료기술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혁신의료기술 트랙과 평가 유예제도 트랙이 서로 중복, 상충된다는 점이다. 

서준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는 "혁신의료기술 트랙에서 3년간 비급여로 청구하다가 평가에 떨어질 것 같으면 이 트랙을 버리고 평가 유예로 갈아타서 4년간 비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수술이나 시술을 위해 만들어진 평가유예 제도가 진단보조 인공지능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경우 혁신의료기술 트랙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즉시 진입 제도의 경우 아무런 평가없이 비급여로 청구할 수 있게 해주고 평가에 떨어져도 시장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 퇴출 기전 자체가 없다. 선진입 제도의 취지는 물론 건강보험 급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적용되는 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은 매우 신중하고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 등 전문가들이 치료나 진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을 내린 기기나 기술이 퇴출도 안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익 휴런 부사장은 "검증을 통해 실효성에 맞게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는 당연히 해야한다. 다만 전 세계 수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학 협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가톨릭의대 교수·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은 "현재 의료분야에서 AI를 이용하는 부분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개발과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과 퇴출이 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라면서 "즉시 진입 제도의 목적이 잘 달성될 수 있도록 현 제도를 재검토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검증은 더 강화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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