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의료법 제43조 제1항 "평등권 침해"
"정신병원 내 한의과 설치 불가 합리적 이유 있다고 볼 수 없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병원·치과병원·종합병원에만 두고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된 의료법에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병원·치과병원·종합병원과 달리 정신병원의 경우에는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아니한 의료법 제43조 제1항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했다.
의료기관의 설치·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으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청구인 A씨는 보건복지부에 정신병원 내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43조 1항을 근거로 정신병원은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고 답변, A씨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1년 7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의료법 제43조(진료과목 등) 제1항에는 '병원·치과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헌법재판소는 평등권 침해 여부와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따져 선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평등권 침해 여부를 두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협진과 정신병원의 경우 등으로 나눠 판단했다.
헌재는 "2009년 1월 개정된 의료법은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이 의과, 한의과, 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개정 취지는 동일한 의료기관 내에서 서로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협진이 가능하게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9년 개정 의료법에는 정신병원에 한의과 설치·운영이 가능했으나 2020년 개정 의료법에서 한의과 설치·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짚으며 "2020년 개정 의료법에서 정신병원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서 의과 진료 과목을 설치할 수 있는 병원에 해당하도록 하고, 치과의 경우 별도 규정을 통해 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의과의 경우 정신병원은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차별취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따진 헌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필요성이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에 비해 낮거나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과와 한의과의 협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하지 않을 만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시설·장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한의사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게 되므로 국민의 보건위생상 어떠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등을 언급하면서다.
헌재는 "단순위헌결정을 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하게 되는 경우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의 경우에도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며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