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교실 창설한 법의학 태두...인간 권리 존중 법의학 외길

우리나라 최초로 법의학교실을 창설한 법의학계의 태두, 도상(度想) 문국진 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고려대 명예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4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문태영(대전대 특임교수)·혜경·혜숙 부친상, 주영희 시부상. 장례식장은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 특실이며, 8일 오전 9시 발인한다. 장지는 초동교회공원묘지. 문의(02-923-4442).
1925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난 고 문국진 명예교수는 195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1988년 미국 콜롬비아 퍼시픽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의대 3학년 재학 중 우연히 후루하타 다네모토(古畑種基)의 <법의학>에서 '임상의학이 생명 존중의 의학이라면 법의학은 권리 존중의 의학'이라는 문구에 공감, '법의학'에 투신했다.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창립멤버로 합류, 초대 법의학과장을 맡아 15년 동안 변사 사건 부검을 도맡으며 과학수사의 기틀을 다졌다. 법의학의 체계적인 발전과 후학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 문국진 명예교수는 1970년 고려의대 처음 법의학교실을 창설하고, 법의학연구소를 설립했다. 1976년 대한법의학회 창설을 주도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법의학'이 뿌리를 내리는 데 앞장섰다. 황적준(고려의대)·박의우(건국의대)·강신몽(가톨릭의대) 교수가 1세대 제자다.
Rh 혈액형을 발견한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교수와 Clerodendron trichotomum(누리장나무)에서 추출한 응집소 연구를 통해 'CL형'이라는 새로운 혈액형을 발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5 종류의 lectin을 이용한 개인식별법을 개발, 법의혈청학(유전학)의 시작점을 마련했다.
1990년 고려의대에서 정년퇴임한 뒤에도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대중에게 법의학을 알리는 데 힘썼다. <최신 법의학> <고금무원록> 등 법의학 전문서와 <새튼이> <지상아>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 등 교양서적을 집필했다. 특히 법의학을 예술의 세계로 확장해 사인이나 질병과의 관계를 규명한 <명화와 의학의 만남> <미술과 범죄> <법의학이 찾아내는 그림 속 사람의 권리> 등을 저술하며 법의예술병적학(法醫藝術病跡學·Medicolegal Art Pathography)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
35년 동안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법의학 발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에, 2014년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고 문국진 명예교수는 생전 지휘·집행·실무·부검 결정 등 네 곳으로 나눠져 있는 현재의 복집한 검시제도를 법의학 지식과 경험을 갖춘 법의관(Medical Examiner)이 전담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애 썼다. 법의관 제도를 도입해 신속하고 공정하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야 억울한 죽음을 예방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