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산하단체 의견 수렴해 보건복지부에 의견 제출
"건보공단에 과도한 권한 부여…의료계 자율 감시 방안 고려해야"

정부가 사무장병원 실태조사 업무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과도한 권한 부여라며 강력 반대 목소리를 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실태조사를 건보공단이 맡게 되면 의료기관과 건보공단의 수평적 지위가 수직적으로 왜곡되는데다 권한 남용 가능성 등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산하단체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실태조사 업무 중 조사 대상 의료기관 사전 분석, 조사 대상 의료기관 선정, 의료기관 현장 출입 조사 및 취득 정보 분석 업무 등을 건보공단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해당 고시안은 의료법 제33조 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 운영하는 의료기관, 일명 사무장병원의 실태 파악을 위해 실시하는 조사 업무를 위탁하는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나온 것으로 이미 의협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지난해 5월 반대 의견을 냈다.
의협은 고시안에 대해 ▲의료기관과 건보공단의 지위 왜곡 ▲적법절차 원칙 위배 및 권한 남용 가능성 ▲위임입법 법리를 위반한 무제한적 권한 부여 등 크게 세 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은 무분별하게 조사 대상 의료기관을 선정할 수 있고 실태조사를 명분 삼아 의료기관에 독자적으로 출입할 수 있게 된다"라며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고압적인 지위에서 무분별하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수가계약상 대등한 지위에 있던 의료기관과 건보공단의 관계를 수직적, 종속적으로 뒤틀리게 하는 폐해가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고시안을 보면 불법 개설 의료기관으로 의심된다는 구실만 붙이면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지휘 감독 없이도 건보공단 직원이 현장 출입조사 업무를 할 수 있다"라며 제도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의협은 "의료법에 있는 현지조사를 놓고도 영장주의 일탈 및 진술거부권 무력화 같은 문제점이 있다"라며 "고시안은 공직자에 의한 최소한의 통제조차 결여돼 그 위험이 더욱 높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보공단에 위탁하는 업무 내용과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이고도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의협은 고시안 절대 반대 입장을 제출하며 대안도 제시했다. 의협은 "실태조사 대상 의료기관 선정의 최소한 요건 또는 기준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하고 현장출입을 제한하거나 불가피하다면 1회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도록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모든 업무를 위탁하는 근거 규정은 위헌, 위법적 조항이기 때문에 꼭 삭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의료계의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의협은 "조사 주체 전문성 강화를 위해 건보공단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 전문가와 협업해 조사를 수행하도록 규정하는 등 건보공단의 단독 조사 시행을 지양해야 한다"라며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 범위를 명확히 해 합법적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행정절차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개설 의료기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자율적인 감시 및 규제 기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