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법원, 내과 원장에 금고 1년형…학회까지 나서서 탄원서
의협 "과도한 사법리스크. 필수의료 기피 현상 심화시킨다" 비판
내과 의사가 의료사고로 '금고 1년'이라는 형사 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였다. 의료계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을 재확인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유독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십, 수백 배 많다"라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환경이다. 대법원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국민 건강과 생명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12일 호소했다.
의협이 의사의 사법리스크 문제를 다시 짚게 된 데는 2020년 체중 감량을 위해 위풍선 시술을 받았다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 J원장은 환자 K씨의 체중 감량 치료를 위해 2020년 5월 위풍선 시술을 했다. 위풍선 시술은 위 안에 실리콘 재질의 풍선을 넣고 그 풍선 속에 물과 공기를 약 10대 1의 비율로 섞어 약 450~500cc를 넣어 위 공간 일부를 차지하도록 하는 시술이다.
시술 후 환자는 약 보름 동안 복통과 복부팽만을 호소하다 위풍선 제거를 요청했다. J원장은 이를 위한 내시경을 하려다가 위 속에 음식물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 위풍선을 제거하지 못하고 중단했다. 그 과정에서 환자가 구토를 했고 복압이 상승해 의료진이 CPR 등 응급처치를 했지만 환자는 사망했다.
유가족은 J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는 J원장의 과실을 인정해 약 1억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형사 소송 결과.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J원장에게 금고 1년형을 선고했다. J원장은 법원 판단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형사 재판부는 "J원장이 환자의 금식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위풍선 제거술을 시행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설명의무 위반 과실도 있다"고 판시했다.
J원장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형사적 책임이 과도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탄원서 제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와 국내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금식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충분한 금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술 및 시술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라며 "법원은 J원장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해당 판결은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 방어적 진료에 집중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며 "J원장이 응급 상황에서 내린 판단과 조치가 의료적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이해하고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의협 역시 악결과로 형사 처벌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의협은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 발생한 흡인성 폐렴이 환자 사망의 주원인이 아님에도 내시경을 한 의사에게 형사 처벌을 선고한 것은 필수의료 죽이기를 가속화하는 페달"이라며 "우리나라는 무리한 기소 때문에 과도하게 의료소송이 남발돼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또 "국민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는 필수진료과에 종사하는 의사에게 막대한 책임을 묻는 판결이 계속되면서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의사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미래세대 양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라며 "대법원이 부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국민 건강에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영향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판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