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호 못받는 환경 속 중증·응급 분야 선택 기대 어려워"
필연적 수반될 수 있는 의료사고 위험에 사회 전반적 이해 당부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응급 뇌수술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법원이 폭력 가해자와 치료를 한 전공의에게 공동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악결과의 희소송을 과실의 근거로 삼는 의료소송 관행은 의료진에게 큰 부담이 될 뿐더라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응급 뇌수술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해당 사건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구하기 위한 응급수술 중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루면서 마취 과정에서 중심정맥관 삽입 시 동맥 손상과 출혈이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맥천자 중 주위 동맥 손상이 1.9~15% 발생할 수 있으나 대량출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근거로, 시술을 담당한 1년차 전공의의 과실을 인정했다.
진료 과정 중 적절한 의료인력의 감시와 쇼크 상황에 대한 인지와 적극적인 조치 등 일련의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시술 중 동맥 손상의 가능성이 반드시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심각한 악결과가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과실로 판단한 것.
의협은 "의료소송의 판례들을 살펴볼 때 실질적으로 중증, 응급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 있었던 전공의들의 경우 의료사고의 위험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처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민사적 책임을 지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동안 의료계가 높은 수준의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의료진이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이 있다는 점을 짚은 의협은 "젊은 의학도들이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중증·응급 의료 분야에 자발적으로 수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전공의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무거운 배상이 온전히 전가되는 상황에 대해 과연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협은 " 안전한 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 중증·응급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들과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의 배상 책임에 대한 지원과 보호 방안의 마련은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증, 응급 상황에서 적극적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의료사고의 위험에 대해 사법부와 사회 전반의 각별한 이해를 바란다"며 "국가와 사회가 의료 현실, 의료사고의 성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응급의학회, 성남시의사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 의료계 내부에서는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