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임 허정식 차기 의평원장 "엄중 시기 부담 크지만 원칙 수호" 강조
의평원 자율성 해치는 간섭·외압 '부적절'...의대생 휴학 장기화 "안타깝다"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강행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휴학투쟁에 돌입한지 1년이 넘었지만 휴학한 대다수 의대생들은 복학하기는커녕 2년째 휴학을 준비 중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2025년도에 증원된 1509명 의대정원 원상복귀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인력 추계기구를 구성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장기적인 의료인력 조정계획 수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의 주체인 대통령을 탄핵으로 잃고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대인증 여부 결정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의대정원 증원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의학교육 위기 상황에서 오는 3월 1일부터 3년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수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난국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허정식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의평원장)을 만나, 향후 의평원 운영 원칙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허정식 차기 의평원장과의 인터뷰는 공교롭게 지난 12일 의평원이 2025년도 의대정원이 10% 이상 증원돼 평가 대상이 된 30개 의대에 대해 지난 1월 말까지 시행한 '2024년(1차년도) 주요변화평가'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판정위원회 회의가 끝난 직후 이뤄졌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평원 평가 결과 충북의대, 울산의대, 원광의대 등 3개 의과대학이 '불인증 1년 유예' 판정을 받았다. 준비 안 된 의대정원 대폭 증원이 의학교육 부실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료계 우려가 현실화한 것.
인터뷰 당시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결과에 함구한 허정식 차기 의평원장은 의평원의 사명을 강조하며, 의과대학이 소속된 대학들이 의대생과 의학교육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의평원을 이끌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의평원이 주요변화평가를 통해 의과대학 지정을 취소하더라도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과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교육 여건이 저하돼 의평원이 의과대학을 불인증 하는 경우에도 1년 이상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부가 의평원의 독립적 자율성을 해치면서까지 과학적 근거 없는 의대정원 증원을 행정력을 동원해 강행하겠다고 공표한 것.
이와 관련 허정식 차기 의평원장은 정부가 의평원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제압하려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도 의평원의 사명을 지키겠다는 굳은 신념을 표했다.
의대생 휴학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거듭 "안타깝다"면서 스승으로서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엄중한 시기에 의평원장직을 맡은 부담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의학교육 질 담보와 의대생 학습권 보호 외 문제는 부수적인 것들로 의료계와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잘 소통해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하는 허정식 차기 의평원장과의 일문일답>
Q. 의평원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차기 회장에 선출됐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마음이 좀 무겁긴 하다. 그러나 의과대학들이 의대생의 수업과 학업을 잘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 의평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중심으로 의과대학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Q.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 전문성·독립성을 위협하는 정치적·행정적 외압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의과대학들이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의학교육 수준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의평원의 사명이다. 이런 사명 외에 나머지 것들은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현재 의정갈등 등) 사회적 상황이 복잡하지만 원칙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나라 의학교육 및 평가기구는 모두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의평원의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제압하려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의평원 평가위원들도 평가자이자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고려해 평가에 임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나친 간섭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고등교육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시행령)'이 입법예고 됐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 대응방안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어느 정도 강도 있게 시행령이 수정되는지 최종 결정이 나야 대응안도 정해질 것이다.
Q. 의대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의과대학에 대한 2024년(1차년도) 주요변화평가 결과에 관심이 매우 높다.
=이번 1차년도 주요변화평가는 대상 의과대학들의 실행계획을 평가한 것이어서 매우 어려웠다. 계획대로 실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세운 타당성 있는 계획인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위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웠다고 하더라도 2차년도에 실행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차년도에는 실행계획대로 목표를 달성했는지 평가하게 될 것인데, 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Q. 의과대학이 소속된 대학들과 정부 측은 올해 7500명(2025학번 신규 입학생과 2024학번 휴학생 복학 시 포함)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의료계는 비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각 의과대학들이 6가지 유형(M1∼M6)으로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유형에 따라 평과 과정에 차이가 있다. 1, 2학년을 예과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교양과정이 많기 때문에 대학본부의 큰 강의실을 활용한다는 계획들을 많이 냈다. 그러나 역시 계획이 무리 없이 잘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Q.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전남도가 (가칭) 전남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신설 의대가 설립될지는 모르겠다. 설립된다면 의대교육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습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병원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 설립 지역이 정해지면 그 지역에 교육병원이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부속병원이라는 개념을 썼는데 지금은 아니다. 전남의대도 지역인재를 선발할 계획인데, 그 지역에서 뽑힌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교육받고 그 지역에 남아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만들어주려면 교육병원을 짓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일수록 인구 감소 폭이 커 (교육병원을 확보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그 정도 능력이 안 되면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문제다.
그런데 전남의대 설립 계획에는 교육병원을 세우는 계획은 없어 보인다. 전남의대 졸업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 원칙적으로 졸업생들이 그 지역에서 수련을 받고 의대교수로 남아 후학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의대 설립 이후의 계획은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Q. 2024년도에 입학한 의대생 대다수가 2년째 휴학할 위기 상황이다. 그런 제자들을 스승으로서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안타깝다.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1년을 쉰 것도 안타까운데, 서로 질시하고 편 가르기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의대생들은 졸업하거나 수련을 마치고 일을 하려면 본인 전공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러 가지 갈등이 조장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Q. 안덕선 현 의평원장은 여러 차례 국회 등 공개석상에서 의료대란과 의학교육 평가에 정부 측과 다른 의평원의 원칙적 입장을 밝혀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했었다. 의평원장에 출마하면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 많이 됐고 (차기 의평원장에 당선된) 지금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할 자리다. 나름대로 의평원에서 일을 많이 하다보니 지금 상황에서 의평원을 어떤 리더십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출마를 결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유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을 잘해서 의대생들과 의학교육에 피해가 없는 환경을 만들도록 의평원을 이끌어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