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논문 소통 문제로 국제적 인정 한계, 영문판 발간 필요성↑
"의사들 교류의 장 만들기 목표…인문학 연계해 저변 넓힐 것"

70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의사협회지가 국문판·영문판 동시 발행을 통해 세계 최고의 학술지로 다시 위상을 높이고 학술과 교양을 갖춘 의사들의 장이 되는 발판으로 발돋움 될 전망이다.
'조선의학협회회보'로 1948년 5월 처음 창간된 대한의사협회지는 1995년 7월 현재의 이름으로 발간을 지속하고 있다. '의학협회회보' 시작된 배경에는 기능인으로서의 의'원', 의'생'이 아닌 학문적으로도 존경받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지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세계적인 저널 인덱스인 Scopus와 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SCIE)에 각각 등재됐다. 다만, 국문 위주로 출판되면서 논문 인용에 한계가 있어 지난 2014년 SCIE 등재목록에 탈락됐다.
[의협신문]은 5일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겸 대한의사협회지 편집장을 맡은 유임주 교수(고대의대, 해부학교실)를 만나 대한의사협회지의 방향과 영문판 발행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었다.

대한의사협회지가 역사가 깊다. 어떻게 편집장을 맡게 됐나?
지난해 5월 대한의학회의 추천으로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를 맡게됐다. 역할이 학술지를 편집하는 일이라고 들었다. 예전에 작은 저널 편집장도 해본 경험도 있고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
경험도 있지만 막상 편집장을 맡고 협회지를 만드는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협회지를 만드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일을 맡으니 쉽지 않았다.
두가지에서 크게 놀랐다. 하나는 국내외적인 논문 투고 표준은 웹 베이스로 돌아가는 투고 시스템인데, 의협은 1990년대 방식인 이메일 투고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또 대한의사협회와 우리나라 의료계의 세계적인 평판을 봤을 때 의학 수준이 상당함에도 SCIE나 Pubmed 등에 등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한의사협회지의 세계적인 평판은 어떤가?
2007년과 2008년 대한의사협회지는 각각 세계적인 저널 인덱스인 Scopus와 SCIE에 등재되어 있었다. 사실 예전에 의협에 논문을 투고한 적도 있었는데 감동을 받았었다. 한글로 논문을 썼는데 SCIE 저널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2014년 정도에 SCIE에서 탈락했다. 올해로 치면 11년쯤 되는 일이다.인용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탈락했다. 논문이 나가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인용을 해야하는데 의협 협회지는 한글로만 논문을 내다보니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국제적인 잡지에서 인용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한의사협회지 영문판 발행 배경도 세계적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함인지?
대한민국 의학 수준이 높은데 쪽팔리진 말자, 챙길 건 챙기자 라는 마인드 였다. 어떤 연구와 관련된 중요한 것들은 영어로 올려서 세계인들이 공유하면서 같이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논문 인용 지수가 올라가는 것 아니겠나.
또, 협회지의 특징이 의사회원들에게 적정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게 중요한 미션 중 하나다. 의사 중 영어가 편한 사람들도 있지만 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쁜 시간에 빠르게 읽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두가지를 잘 버무려서 종이로 나가는 하드 프린트는 기본적으로 한글로 하고 온라인 시스템에는 영문판도 같이 올리도록 편집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상의하면서 진행하게 됐다.
영문판을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지?
큰 걸림돌은 없었다. 영어 번역 문제는 지금 부편집장인 허선 한림의대 교수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로 올라온 논문을 허선 교수가 먼저 영어로 바꿔주고 해당 논문을 영어 전문 에디팅 회사에서 한번 더 검수를 받는다. 이후에 논문 저자와 확인 과정을 거치고 발간을 한다.
논문 저자들은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낼 필요 없다. 본인이 편한 언어에 맞춰 논문을 제출하면 된다.
제작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하면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다. 논문을 발간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번에 영문판 까지 발행하게 되면서 비용은 두배가 됐다. 인력도 문제다. 대한의학회에는 편집전담직원이 2명인데 지금 의협은 0.75명이다. 전담인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협회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고민이 많다. 기존의 시스템을 잘 유지하면서도 기초의학, 인문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의학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드리면서 특집을 꾸며 저변을 넓혀가려 한다. 미국과 영국 등에 유명 학술지를 보면 공통적으로 의학과 인문학을 함께 담은 콘텐츠가 실려있다.
이번에 대한의사협회지에 '메디슨 휴매니티' 세션을 만들었다. 의학과 관련된 역사, 음악사학, 공연예술학, 철학, 종교학, 미술사학 등이 포함된, 논문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의학이 연계된 에세이 느낌의 글을 실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어떤 사회 현상이나 문화 등을 의학적으로 풀어서 의사들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투고하고 싶은 저널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다만, 현재 의료계 모든 잡지들이 힘들다. 의정사태 때문이다. 전공의와 전문의가 같이 있을 때 임상 교수들의 일정 부분 받쳐줬기 때문에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시스템들이 전부 멈춰있다. 현재 의정사태가 국민의료보건시스템 뿐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쌓아놓은 의학 연구의 인프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여러 저널들이 논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