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의료사고 피해자" 중대과실만 걸러 소송한다면?

"의사도 의료사고 피해자" 중대과실만 걸러 소송한다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5.03.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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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환자단체, 중대과실 불기소 권고·사과법 두고 '격론'
형사소송 '적다·많다' 논쟁보단 의사 '사법리스크' 봐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6일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의협신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6일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의협신문

정부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공개한 가운데, '중대한 과실' 중심 형사 기소 체계 전환과 환자·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담은 '의료사고 소통 강화법(사과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그간 의개특위에서 논의 사항을 종합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정부안'을 공개했다. 

의료사고는 고도의 전문적 영역으로, 특정 결과에 대한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소모적인 의료소송을 줄이고, 합리적 해결을 모색하자며 만든 것이 2012년 의료분쟁조정제도. 하지만 민·형사소송에 의존한 분쟁 해결 비율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사고 안전망 필요성을 지속 강조해 왔다. 의사들의 소송 부담이 곧 고위험 필수의료분야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소극진료를 유발해 환자에 대한 적극 진료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이 이번 의개특위 '정부안'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에서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중대한 과실' 중심 형사 기소 체계 전환이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설치, 중대한 과실 여부를 일차적으로 필터링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걸러진 경우, 즉 중대과실이 아닌 의료사고로 판단할 경우 수사당국에 기소자제를 권고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의미다.

토론회에서는 해당 제도 도입 필요성을 두고 먼저 우리나라의 의료사고가 실제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건수가 '많은가'를 두고 격론이 이뤄졌다. 토론 말미에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진이 느끼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소송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의료계에서는 독일·프랑스·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형사건수가 3,4건에 그치는 등 거의 없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의료 관련 형사소송 건수가 과도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성준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호흡기내과)는 패널 토의에서 의사들이 실제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임을 전하며 '중대한 과실' 중심 형사 기소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전문의가 80% 이상이다. 외국의 경우 일반의가 5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의사가 영국이나 일본 의사보가 게으르거나 실수를 더 많이 할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이성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형사소송을 뽑을 수 있는 통계는 검찰청 데이터다. 1년에 780건 정도 된다는 내용이 있다. 환자단체 측에서 말하는 3,40건은 1·2심이나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는 건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성준 교수는 "형사소송에서는 의사가 경찰서에 불려가서 범죄 피의자로 4, 5시간씩 조사를 받고 검찰에 가서도 받는다. 건수도 많고 부담도 많이 되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며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과실여부의 중등도를 먼저 걸러주면, 불필요한 사법 절차를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불필요한 소송을 줄여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의사에도 환자에도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와 조용진 서울시 강서구의사회장이 플로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의협신문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와 조용진 서울시 강서구의사회장이 플로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의협신문

의료소송에서 의사 역시 '피해자'로, 단순과실에 대한 형사책임 부과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는 플로어 발언을 통해 "의료진은 가해자가 아니다. 의료사고에 있어 의사 역시 피해자다. 단순 과실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한다면 누가 의사를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외국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단 1건의 형사처벌도 많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용진 서울시 강서구의사회장 역시 플로어 발언에서 "환자가 잘못되면 같이 잘못되는 것이 의사다. 수술할 때마다 두렵고 무섭다. 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 환자를 너무나도 살리고 싶지만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그때 의사를 처벌하면, 그걸 보는 많은 전문의들과 의대생들은 (의사의 길을)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담은 '의료사고 소통 강화법(사과법)'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이성준 교수는 "해당 법을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젠 하다하다 사과하는 것까지 법으로 만드냐는 이야기가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을 때 충분한 설명을 해야 법정에 불려나가지 않는다"며 "의사들은 이미 우리나라 법 체계 안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과설명법은 과잉 입법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에서는 사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처리특례법에 대해서도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환자 역시 의료과실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경위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유감, 공감, 애도를 표하거나 유사사건에 대한 의료사고 예방을 약속하고, 적정한 피해보상을 약속한다면 환자도 받아들일 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사고와 관련한 설명은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다고 본다. 의사의 업무 과중의 경우, 제도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사고특례에서 나오는 '책임보험'의 개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해당 법이 도입된 배정에는 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했기에 가능했다"며 "입증책임 전환 없이 해당 내용을 갖고오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의료사고안전망전문위원회 간사)이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관련 정부안'을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의료사고안전망전문위원회 간사)이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관련 정부안'을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한 중과실 중심 체계 전환이 기존 사범체계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구성 등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권민정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생긴다면 필수의료 여부나 중과실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입증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를 확인하게 되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단계"라면서 "심의위원회가 수사를 보다 전문성있게하도록 사법쪽에 기소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이다. 모든 것은 사법 체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소율 공방에 대해서는 "수사리스크는 건수가 많은것뿐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포함한다.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이라면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국회가 그런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각계 의견이 반영될것 같다. 그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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