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섭 광주광역시의사회장 "동토 남아 투쟁하는 후배들, 마음 아파"
이대로면 24·25·26 3개학년 동시수업 가능성 "최악 상황 결단코 막아야"
"투쟁 피해 최소화 바람직, 정부-의협 조금씩 양보해 상생방향 찾아야"
[릴레이 인터뷰] 첫 돌 맞은 시도의사회장단, 전국은 지금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갈등을 겪고 있고 지역 의료계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을 직접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려고 한다.
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②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③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④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
⑤ 이승희 제주도의사회장
⑥ 정경호 전라북도의사회장
⑦ 양승덕 충청북도의사회장
⑧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⑨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⑩ 최정섭 광주광역시의사회장(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회장)

공식 취임식도 갖지 못한 채 회무에 돌입했다. 갑작스런 정부의 2000명 의대정원 증원 발표로, 의료계에 태풍이 몰아치던 지난해 4월이었다. 서울과 광주, 각종 회의와 집회 현장을 오가며 폭풍같은 1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 강의실을 나선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갈등은 의정을 넘어 의료계 내부로도 향하고 있다. 전공의과 교수,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간 의견 차이가 의료계 내홍으로도 읽히는 분위기다. 사제간 신뢰상실은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와는 또 다른 문제다. 광주광역시의사회장이자,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의 모임인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수장을 맡고 있는 최정섭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최정섭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이뤄진 의대정원 확대가 "경천동지 할", "탄생되어서는 안되었을 괴물"이며 "2024년은 의료계에 치욕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분노하면서도, "투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의대생들의 피해를 크게 우려한 최 회장은 이들이 고려시대 '삼별초'처럼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추가 조치를 내놔야"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협이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섭 광주광역시의사회장과의 일문일답.
광주광역시회장으로 취임, 회무를 시작하신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의 회무를 돌아보신다면.
비합리적·비과학적 의료농단 사태로 취임식도 없이 바로 회무에 돌입, 정신없이 1년을 달려왔다. 5.18 광장에서의 촛불집회 후 야간 시가행진, 전국적 집회 참가와 광주만의 평일 단독규탄대회 등 의료정상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연이어 진행했고, 전공의 날 행사와 전공의 연수강좌 등을 여는 등 전공의들을 위로하고자 노력했다.
그동안 휴간되었던 정기 광주의사회보를 계간지로 재창간하고, 회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지역 내 유관기관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KMA POLICY 워크샵을 광주에서 성황리에 연 것도 성과라 하겠다. 최근에는 계륵과 같았던 상무지구 회관부지 300평을 무인주차시스템으로 바꾸어 흑자를 내는 성과도 내었다.
지난 연말에는 제주항공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을 위해 전남의사회와 합동으로 무한공항 내에 진료센터를 설치, 운영하기도 했다. 15일간의 현장 진료에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주신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역대 회장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누가 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일해왔다.
2년 차를 맞은 올해 광주광역시의사회의 주요 회무 계획과 실행 방안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농단의 결말 여부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해 젊은 세대와 기존 의협 선배들간의 생각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료농단사태 등으로 그동안 연기됐던 여러 행사들을 시행해 회원과 협회의 유대감을 높이려고 한다.
더불어 3년마다 진행해온 고려인 진료소 후원 희망나눔콘서트를 올해는 소아암환우돕기와 같이 진행해 어려운 동포와 소아암환우를 위한 기부행사로 9월 개최하려 한다. 밖으로는 회원 고충해결을 위해 지역 유관기관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안으로는 회장이 직접 반회 활성화를 위해 반회장 초청 간담회, 종합병원장 간담회, GMA POLICY를 통한 정책 개발과 공공의료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가 출범한 지 3달이 되어간다. 새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의정갈등 상황에서 출범한 현 의협 집행부는 각 직역 의사단체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과 의대생들까지 아우르는 집행부를 구성함으로써 정부와의 협상에 나설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으나 아직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의협 집행부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수립된 전략에 대해 각 직역 집행부 의사들이 공동대응을 할수 있도록 소통을 더욱 더 강화해야하며, 의사 회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개혁에 맞서기 위해 단순히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의료계가 원하는 바람직한 의료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주도할수 있어야할 것이다.
새로운 의협 집행부가 소수가 아닌 다수의 폭넓은 의견을 아우르는 집행부로 발전해 정부와의 협상에서 보다 강한 협상력을 발휘해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리 시도의사회장단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16개 시도를 아우르는 중책을 맡고 있다. 각종 현안으로 의료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 때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43대 의협회장 보궐선거로 공석이된 광역시도회장협의회장을 맡아 2개월 이상을 의료농단사태의 현명한 해결을 위해 시도회장단회의, 거버넌스회의, 정부 관계자 만남, 광주지역 총장 및 의대학장 간담회, 중앙대의원회의 등 정부와 의협간의 간극을 좁히며 현명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의협의 대외 언론 창구가 단일화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한 시각은 시도의사회별로도 차이가 있다. 때문에 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의를 통해 여러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집행부의 회무 방향이 옳게 가면 최대한 지원해주고, 다르면 다른 이견을 전달하는 것이 시도의사회의 역할이다.
역대 여러 위기가 많았지만 의협은 슬기롭게 헤쳐나왔다. 타 직역과의 각종 현안 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의대증원 문제는 불이 어디서 발원했느냐를 따지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시급하게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후 원인 규명해야 한다.
불합리한 정책에 대한 전공의·의대생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투쟁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의 해결을 위해 의협·대의원회·광역시도협의회·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심도있는 논의로 해결방안을 내어 정부와 막후협상을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의료사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답을 정하기가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일단 정부가 유화적인 제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본다. 의대생 복귀 조건을 너무 속박한 만큼 이를 완화하는 한편 전공의 요구사항도 가능한 선에서 할 수 있다는 제안으로, 의협과 정부의 막후 협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한번의 대화로 원하는 바를 모두 얻을 수는 없다. 모든 전쟁에서 결국 휴전한 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추후 전후 복구에 매진했던 만큼, 정부와 의협이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수십년 쌓아올린 선진의료가 이미 붕괴된 만큼 다시 회복하는데도 10년이상 걸릴 수 있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비과학적·비합리적 의대정원 확대로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정부가 원했던 지역의료·필수의료 사실상 역행했다. 지역 거점병원 전임의와 교수들의 탈진과 사직으로 무너지고 있고, 필수의료 수술도 타격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에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공의들에 대한 진료유지명령·사직금지명령 등에 대해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래야 의협과도 접점을 더 가까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의대정원 확대는 경천동지 할, 탄생되어서는 안 되었을 괴물이다. 2024년은 우리 의료계에 치욕의 한해다.
전공의·의대생 등 젊은 후배들이 사직해 삭막한 동토에 남아 투쟁하는 모습에 선배 의사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전공의 지원금이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한 구직활동 지원 등에 나서는 한편,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로 보여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짧지 않은 싸움이다. 기나긴 항쟁으로 이겨내야 할 싸움이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상황에 의대생의 피해가 너무 클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이들이 고려시대 몽고항쟁의 삼별초가 되어서는 안된다. 잠시 휴전해 받아들일건 받고 차후 전열을 정비해 2차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의 수정안이 제시되어 모두가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대생 3개학년이 같이 수업받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