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콩팥병 투석 환자 위한 재난대응 체계 가동
재택 복막투석 지원 위해 투석액 확보·대응 지침 제공

대한신장학회가 경북·경남 지역 대규모 산불로 피해를 입은 말기콩팥병 투석 환자들의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신장학회는 화재로 인해 대피한 투석 환자들을 위해 의료진 및 지역 병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필요한 의료 자원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로 긴급 대피한 일부 말기콩팥병 환자들은 전력 공급 중단과 병원 접근의 제한으로 인해 안정적인 투석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일부 혈액투석 환자들은 안동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봉생기념병원 등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투석 치료는 하루만 중단돼도 심각한 건강 악화로 자칫 생명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재난 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치료가 가능토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신장학회는 "이번 산불로 인해 특히, 재택 복막투석 환자들은 가정 내 충분한 복막 투석액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전력 차단 문제로 인해 야간에 기계로 하는 자동복막투석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성 외래 복막투석으로의 전환을 위한 의료 자원이 갑작스럽게 필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환자는 대피 당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복막투석액을 가장 먼저 챙겨 대피소로 향했다. 해당 환자는 대피소에서도 안전하게 복막투석을 시행하고 4일 만에 무사히 귀가했다. 이는 복막투석진료를 담당한 칠곡경북대병원 신장내과 의료진과 복막투석 회사(밴티브)의 상담간호사 간 원활한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 복막투석은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석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월 1회 정도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병원과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해도 직장과 학업 등 일상 생활을 좀 더 유연하게 유지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재난대응위원회를 가동해 피해지역 투석 환자의 안전과 치료 연속성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영기 재난대응위원회 이사는 "안동지역 투석 병원들은 시내에 있고 산과는 떨어져 있어 안전하게 혈액투석을 진행할 수 있고, 의성·청송 지역 복막투석환자 2명이 대피소에서 투석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대피 환자들은 1주일분의 복막투석액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사시 해당 투석 회사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복막투석액의 응급배송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치료의 연속성이 생명과 직결되는 투석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신장학회는 의료진과 기업,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