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권 병협 법제이사(중앙의대 교수)
1. 조정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추진방향에서 논의된 것처럼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분쟁해결방식으로 '조정'이라는 수단을 선택한다면 적어도 조정위원회는 준사법적 기구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그 구성, 지위, 조정절차, 조정의 효력 등 전반에 걸쳐 최대한 독립성을 부여해야만 한다.
추진방향에서는 정부가 위원회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을 행사하여 위원회에 관한 종국적인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조정위원회의 위원을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하여 임명·구성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조정위원회는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준사법적 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조정위원회를 행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하여 위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제청해서 국무총리가 임명하도록 하고, 위원은 건강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의로 그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신분을 보장하며, "위원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직무를 행하고 직무상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두어 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다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2.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
조정제도는 전문분야의 분쟁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사자 이용의 편의성,원만성,완결성,양보가능성 등의 이점이 있음. 따라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는 의료분쟁에 대한 전문적 심사, 신속한 피해구제 및 특히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하여 필수적 장치라고 생각된다.
만일 임의적 조정제도를 채택할 경우 환자들이 조정제도를 무시하고 종래처럼 소송을 남발하게 되면 분쟁비용이 급증하게 될 것이며 의료분쟁조정법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될 것이다.
3.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정부의 추진방향에서는 가입자를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로 하고, 혈액원, 의료용구제조업자 또는 수입자 등 기타 의료분쟁관계자에 대해서는 공제조합가입여부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가 없다.
의료분쟁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의료기사,응급구조사 등의 의료행위로 인한 것, 의약품 및 의료용구의 부작용 또는 결함으로 인한 것, 혈액의 관리로 인한 것을 모두 포함하여야 하며, 이러한 분쟁에 대한 배상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공제 또는 보험의 참가주체 또한 의사·치과의사 등 모든 종류의 의료분쟁관계당사자를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각각에 의한 사고발생률과 책임의 범위 등을 고려하여 그 분담률은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당의료기관내의 피고용 의료인에게 보험료 총액의 1/2 범위내에서 분담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것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4. 형사처벌특례 인정
추진방향에서는 형법 제268조의 죄(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의료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당해 의료인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정상을 참작하여 형법 제268조의 형을 경감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다른 범죄와는 달리 본질적으로 이익을 주는 행위이고, 그 특성상 인체에 대한 침해를 수반하게 되며, 의료사고의 위험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회피, 방어진료, 과잉진료, 사고빈도가 높은 분야의 전공기피, 의료인의 조기·은퇴 등을 초래하여 이에 따른 사회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는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방어진료, 과잉검사, 위험환자의 진료기피 등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의료인이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는데 부담을 덜어주게 되므로 신속하고 원만한 조정이 가능하다.
전국민의료보험제도의 시행 이후 더욱 어려워진 의료계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법안에 의하여 책임공제 가입을 강제화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재량권에 의한 형사처벌의 면제 또는 감경이 아니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처럼 의료인이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공제에 가입한 때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소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산업현장의 위험업무종사자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의료사고의 성격상 사고당시 심신이상자를 다룬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의사의 과실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의사를 구속하고 처벌하면 피해보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으므로 피해자들이 형사처벌을 위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
5. 제3자 개입금지 및 진료방해와 난동행위에 대한 제재
의료분쟁의 발생빈도의 증가와 함께 의료분쟁의 양상도 갈수록 폭력화,집단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의료분쟁의 당사자인 의료인으로서는 의료분쟁의 공포감으로 인하여 소극적, 방어적 진료에 급급한 실정이고, 의료기관의 난동행위에 대한 규제장치가 매우 미흡하여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환자난동방지 문제는 기존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등 현행법에 근거하여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기존의 법이 있음에도 현실에서 난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고, 또 경찰도 의료사고의 경우에는 환자들의 피해자적 입장을 고려하여 처벌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진료방해나 기물파손 등에 대하여 피해자의 손해배상금을 결정할 때에 상계처리하도록 규정을 신설하여 난동행위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사고시에 제3자가 개입하여 난동을 부추기고 합의를 지연시키는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노동쟁의조정법에서와 같이 제3자개입금지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6. 위험부담료 산정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행위에 따른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부담료를 산정하지 않고 있는 바, 의료행위에 따른 예방사고 발생률은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의료보험수가에 위험부담료를 1,000분의 20의 범위 안에서 일정비율의 금액을 비용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산정된 의료사고 위험부담료는 공제조합의 재정으로 흡수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