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과 안정성의 딜레마

안전성과 안정성의 딜레마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9.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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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를 펼 때 양비론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양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예리함이 돋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정작 자신의 주장은 빠져 있기 십상이다.

그러나 매년 단골뉴스로 등장하는 '혈액파동'에 대해선 양비론을 펴지 않을 수 없다.혈액유통의 '안전성'에 구멍뚫린 적십자사나 혈액사업의 '안정성'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국민 모두에게 말이다.

얼마전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적십자사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군인 36만명에게서 불법 채혈을 했다고 폭로했다.적십자사는 '수혈관리 예방지침'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이 지침에 따르면 말라리아 주의지역에서는 말라리아 병력이 없는 자에 한해 전혈채혈이 가능하며, 겨울철에는 사전보고후 전혈채혈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말라리아 위험지역 지정기준이 질병관리본부와 다르다는 점이다.질병관리본부는 말라리아 감염자 수에 따라 '고위험지역·위험지역·잠재적 위험지역' 등 세 지역으로 나누지만, 적십자사는 '위험지역·주의지역' 둘로 나눈다.이들 지역은 각각 질병관리본부의 '고위험지역'과 '위험지역'에 해당된다.그러니까 질병관리본부의 '위험지역'은 적십자사의 '위험지역'과 다르다.

위험·주의지역 명칭이 이렇게 다른 데 대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이번에 용어를 통일했다"고 말했다.내년에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었는데 앞당겨 변경하게 됐단다.

말라리아 예방 지침 용어마저도 통일이 안 된 마당에 혈액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는 "위험지역에서의 전혈채혈을 금지하라"는 지침을 발송했는데, 이때 '위험지역'의 해석은 어느 기준을 따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적십자사의 혈액파동 대처방법은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그나마 외양간을 고치지도 못해 현대의학의 한계를 방패막이 삼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적십자사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이번 말라리아 사태의 이면에는 혈액수급의 원천적인 한계상황이 깔려있었다.서동희 적십자사 혈액안전국장은 "전체 채혈량의 30%를 군인이 차지하는데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의 채혈의존율이 50%를 넘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전한' 혈액을 '안정'되게 공급하는 것이 혈액사업의 꿈이다.안전성과 안정성의 딜레마 사이에서 안전이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비난을 한몸에 받는 적십자사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일도 중요하다.

반면 혈액의 '안정' 공급은 헌혈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헌혈자인 국민 모두 헌혈운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복지부의 외침을 귓등으로 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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