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국시위원장
합격률 문제되는 수준 아니다...오류제기 문항 재검토할 것
90%가 60점 맞게 하는 것이 목표되어서는 안돼

제71회 의사국가시험의 낮은 합격률과 출제문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8.5%의 합격률은 2003년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80%대의 낮은 합격률이며 낮은 합격률로 인해 인턴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국의과대학생4학년연합(전4협)은 최소 2문항이 한개 이상의 답을 가지고 있다며 출제문항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의신청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할 계획이다.
이에 정명현 국시원 의사국시위원장(연세의대 교수)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국시 관련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의사국시위원장은 의사국시 관련 문항의 출제와 관리, 문제개발 등의 총괄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의사국시의 낮은 합격률과 그로인한 인턴수급 문제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문항선택위원들은 94~95% 높은 합격률을 예상했었는데 합격률이 88.5%에 그쳤다. 하지만 그렇게 당황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의사국시의 합격률을 평균 90%로 생각한다면 플러스, 마이너스 2% 오차범위 안에 드는 수치다. 단지 그 범위 하한선에 딱 걸렸을 뿐이다. 합격률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올해 국시 문항을 분석하자면 종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R형 문항이 지난해 28문제에서 38문제로 늘었다. 이는 대략 전체 문항의 7% 정도에 해당되며 다른 나라의 의사국시 문항 비율과 비교해 적정한 수준이다.
소위 '족보'에 없는 생소한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의사국시는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이다.
의사국시 550문항을 내기 위해 총 2750문제를 뽑아 그 중 실제 출제시험 문항을 선택하게 되는데 선택하고 나면 최근에 출제됐던 문제 몇개가 또 다시 선택되기도 한다. 그러면 문항의 한두자를 바꾼다. 지난해 나왔던 문제를 똑같이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문항을 약간만 변형해도 수험생들의 정답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통해 문제 자체를 단순히 암기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지를 가지고 공부하더라도 답만 외우지 말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인턴수급에 관해서는 우리에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의사국시는 의사가 되서는 안될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기본 목표다.
인턴 수급은 그 이후에 논의해야 할 일이다. 3305명의 합격생이 올해 배출됐다. 인턴 수급에 크게 문제될 정도의 수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의사국시 합격률과 관련해 의사국시가 현재의 절대평가 방식에서 상대적인 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적으로 일리가 있다. 출제자들이 의사국시를 출제하며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변별력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어떻게 하면 90%의 수험생들을 60점 이상 맞게 할 수 있을까에 더 골머리를 앓는다.
만일 상대평가에 의해 합격생을 뽑으면 출제자들도 보다 종합적이고 다양한 문항들을 통해 의사국가시험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저 점수를 정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은 문항을 개발할 때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항상 합격률을 고려하진 않지만 합격률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는 상대평가를 통해 환산지수 당락을 결정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절대평가를 하지만 일정한 보정과정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상대평가로 볼 수 있다.
절대평가는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과거 의사들을 중심으로 이를 바꿔보려 했지만 이 규정을 따라야 하는 모든 보건의료인들의 생각이 의사와 같지 않다.
합격률 또한 의사국시는 90% 정도에 이르지만 영양사는 50%, 조산사 100%로 각각이다. 교육 연한 또한 제각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의사국시 독립운영 문제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전4협이 올해 국시 2문항에 대해 한 개 이상의 답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문항이 오류로 밝혀지면 합격률이 올라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아직 전4협으로부터 2문항을 받지 못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기된 문항에 대해서는 당연히 위원회에서 검토할 생각이다.
간혹 추가시험 얘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추가시험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 추가시험은 없다. 단지 문항에 오류가 있다면 모두 정답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서)논의해봐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극소수가 구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체 판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의사국시는 과학적이고 공정하며 신뢰성 있게 운영되고 있다. 제도나 시행방식은 완벽에 가깝다.
단지 수험생들이 너무 족보에 매달려서 공부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흉부X선 사진에서 폐에 동공이 가장 쉽게 발견되는 질환이 무엇이냐'는 단순질문형 문제를 흉부X선 사진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제시형으로 바꿔 출제했더니 엉뚱한 답이 많이 나왔다.
왼발에 있는 무좀 관련 자료 사진을 오른발 무좀사진으로 대체했더니 오답률이 높았다.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환자가 가진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내년 국시에도 단순암기형 문제보다 종합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해결형을 더욱 확대해 출제하려 한다.
장기적으로 의사국시는 심전도를 보여주고 환자의 상태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찾아내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