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정신보건가족협회 5일 정신의료 선진화대회
인권 침해하는 '일당정액제' 대신 '행위별 수가제' 전환 촉구
신경정신의학계와 정신질환자 및 가족 모임이 환자의 인권과 사회적 권리를 옹호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의료제도와 보험정책에서 대립의 각을 세워온 의사-환자 단체가 이례적으로 환자의 권리와 양질의 치료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는 5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2007 정신의료 선진화 대회 및 정신과환자 권리 옹호 선언대회'를 열고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정영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박종성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장·이원희 보건복지부 정신건강팀장을 비롯해 이번 대회를 후원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 등이 참석, 정신질환자의 권리 증진과 정신의료의 선진화를 위해 관심을 갖고 함께 대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함께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도록 유도하고 있는 현행 의료급여 체계가 정신의료의 후진성을 야기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박헌수 전북정신보건가족협회장은 '정신과 의료급여제도와 소비자의 시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신질환 의료보호 환자의 외래 1일 진료비의 경우 진찰료·입원료·투약료·주사료 등 환자 진료에 필요한 제반 비용이 2002년부터 현재까지 2520원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으로 묶여 있다"면서 "효과가 좋은 신약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행위별수가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환자에겐 2232∼4977원 짜리 최신 약을 처방하지만 정액제 제한을 받는 의료급여 환자는 9∼37원 짜리 약을 처방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정신질환자에게만 부당하게 적용되는 정액수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는 '만성 정신병의 선진적 치료와 재활' 주제발표를 통해 "잦은 재발로 인해 야기되는 입원비용 및 간접비용의 증가 문제를 감안할 때 값싼 약물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연간 비용절감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경승 울산 마더스병원장은 '만성정신질환자 정신의료 후진성의 현상과 요인' 주제발표를 통해 "양질 서비스와 저질 서비스에 동일한 수가를 지급하는 정액제 제도에서는 병원간의 경쟁을 통한 의료와 서비스 발전을 촉진할 수 없다"며 "정신과 의료급여제도 자체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