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지부 임원의 겸직이 가능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상당한 시사점이 있어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황정규 부장판사)는 H원장 등 의사 회원 3명이 K 의협 감사를 상대로 낸 감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인들은 지난해 10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협의 산하기관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K 후보를 다시 협회 감사로 선임한 것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본안소송으로 대의원총회 의결에 대한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판결 확정시까지 직무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의 4가지 이유를 들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우선 법원은 의협 '정관상' 감사와 시도지부 임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관련 법률에도 이러한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협회의 이사 등 임원이 아니라 지부 임원이라는 직책은 협회 감사로서의 업무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총회 당시 겸직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나 입후보 제한 등 조치 없이 감사로 선출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주는 의미는 두가지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다. 첫째, 의협 정관상 중앙회와 시도지부 임원 겸직 금지를 규정한 명시적인 조항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향후 의협 회장 선거 등과 관련해 그동안 '관례적으로' 준수해온 겸직 회피 현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의협 회장 선거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고, 당시 시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던 후보들 중에는 사퇴한 경우와 계속 직책을 보유한 경우로 양분됐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법원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겸직을 금지하는 정관 규정은 없다고 유권해석했다.
생각건대 겸직 문제는 직무전념 가능성과 현직 프리미엄 방지 등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겸직을 하더라도 두 직책의 회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금지할 이유가 없다. 또한 현직을 이용해 선거과정에서 불공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도 그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보다 활발한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