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관념에서 벗어난…어른들을 위한 동화!"

"상식적인 관념에서 벗어난…어른들을 위한 동화!"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8.01.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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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열(대구 달서·나라신경외과의원)

동화작가 조현열 원장(대구 달서·나라신경외과의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하얀 눈발이 날렸다.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의 차창 너머, 눈발이 사선을 긋는다. 문득 어렸을 적에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옛 이야기 책에 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던 '선녀와 나무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생각났다.

하지만 이번호 백인백색의 주인공 조현열 원장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동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이들이 읽는 글'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기 때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색다른 장르에 뛰어든 조 원장은 "아이들이 읽는 순수 동화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아이들의 언어를 통해 어른들의 얘기를 투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글쓰기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조 원장은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서 '열매는 어디 갔을까?'로 당선, 등단의 영예를 안았다. '열매는 어디 갔을까'는 키 작고, 상채기 투성이인 볼품없는 사과나무가 고난을 이겨내고 바로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수작.

심후섭 아동문학가는 "장면 구성이 다소 억지스럽고 설명 투가 많다는 느낌도 있으나, 시각적 이미지를 계속 제공해 독자를 끝까지 붙잡고 있다는 점과 교훈을 적절하게 메시지화한 점이 돋보였다"고 지적했다. 심후섭 작가는 "소재를 발견하는 눈이 깊을 뿐 아니라 그것을 형상화하는 작가로서의 역량도 풍부하다"며 "대성을 기대한다"고 호평했다.

동화작가로 문단에 정식 등단하기까지 조 원장도 다른 여느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고통과 불면의 습작기간을 거쳤다.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는 79학번으로 경북의대 예과에 진학하면서 '병동'이라는 문학동아리에서 문학수업을 받았다. 그는 주로 서정시를 썼다.

"예과 2년때 경북대 복현문화상 공모전에서 시로 당선을 했습니다. 문제는 1980년 시대상황이 서정시와는 너무 달랐다는 겁니다. 1980년 이후로는 시를 쓸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습니다."

5월 광주와 시문학과의 간극에서 갈등하던 그는 마치 마법에 홀리듯 고등학교 때부터 습작을 해 온 동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동화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글쓰기보다 함축적이고, 한 가지 단어에 여러 의미를 담은 중의적인 표현을 할 수도 있죠."

틈틈이 동화 스토리를 구상하고 글쓰기를 계속해 오던 그는 2001년 습작들을 다듬어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 <불을 잠시 꺼 보렴>을 펴냈다. 이 우화집에는 고등학교 때 습작했던 동화에서부터 불면의 시대를 고민하던 대학시절은 물론 개원 이후 접했던 수 많은 의료문제들과 개인적인 슬픔과 아픔을 버물여 승화시킨 소품들이 오롯이 빛을 발하고 있다.

송재학 시인은 "조현열의 글쓰기 특징은 상식적인 관념에서 벗어나기"라며 "교양과 상식 사이의 빈틈 사이에 그의 글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송 시인은 "조현열 패러디 동화는 먼저 웃음 속에 둥지를 틀지만 다시 슬픔이나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복잡한 모양새"라고 정의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을 다루고 있는 '토끼와 동물재판'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느 동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이나 상투적인 희망과는 거리가 있다. 그만큼 그의 글쓰기가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있고, 신경외과 의사라는 복잡하고 치밀한 신경망을 통해 걸려진 성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약 두 달 동안 매일신문 칼럼 '매일춘추'의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칼럼이라고는 하지만 조현열 동화의 특징이 이곳 저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써야죠. 전래 동화의 패러디 같은 작품은 말고…. 이제부터는 그늘·소외·아픔 등을 본격적으로 해부해 볼 생각입니다."

조 원장은 얼마전 옆에 있는 새 건물로 병원을 옮겼다. 아직 짐 정리가 덜 끝난 그의 진료실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조명과 페인트 냄새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상징과 은유의 언어를 동화라는 틀에서 재해석하고 있는 조헌열 원장의 글쓰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당분간 동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동화는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쓴 글입니다. 아이들과 자주 이야기 하고, 같이 놀다보면 눈 높이를 맞출 수 있지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화를 읽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동화를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집니다. 갈등이나 슬픔이 있더라도 행복해 질 수 있지요. 바쁘다는 핑게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고, 서먹해졌을 때 함께 동화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관계회복에 그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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