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피임위원회' 아태 여성 인식도 조사
'월경전 증후군'·월경전 불쾌장애 대부분 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들의 대부분이 월경전 증후군과 월경전 불쾌장애를 일시적인 증상으로 인식하고 자가 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지역의 피임·가족계획·교육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조직인 '아시아·태평양피임위원회'(Asia Pacific Council on Contraception, 이하 아태피임위원회)'가 호주·홍콩·파키스탄·태국 등 4개국 여성들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형태로 실시한 결과, 호주를 제외한 3개 국가의 경우 월경전 증후군(PMS) 혹은 월경전 불쾌장애(PMDD)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국 여성들은 이러한 증세에 대해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일시적 통증 완화를 위한 찜질팩·따뜻한 음료·진통제·한약 등 자가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호주 여성들은 대부분 월경전 증후군을 인식하고 있으며, 50% 가량은 월경전 불쾌장애를 알고 있었다. 호주 여성의 42%는 월경으로 인한 고통을 참거나 자가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피임약을 먹는 등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치료법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태국 여성들은 증상을 참다가 마지막 방법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아태지역 여성들이 수년간 월경통으로 고통을 당한 후, 증상이 악화됐을 때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들이 월경 기간 중 느끼는 가장 큰 신체적 고통으로는 복부팽만·편두통·여드름·복통을 들었고, 정신적인 고통으로는 불안·짜증·자신감 상실·우울·과민반응 등을 꼽았다.
■ 의료진 인식도 지역별 차이
의료진의 인식에도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호주·홍콩 의료진들은 대부분 월경전 증후군이나 월경전 불쾌장애를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국 의료진들의 27%, 파키스탄은 86%가 단순 월경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월경전 불쾌장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심각한 증세가 있는 여성들의 경우 신경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추천하거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같은 항우울제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먹는 피임약과 다른 치료제의 병용요법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도 했다.
로레인 데너스타인 호주 멜버른대학 교수(신경정신과·성건강사무소장)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아·태지역 상당수의 여성들이 월경전 증후군과 월경전 불쾌장애를 참으면서 조용히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아시아의 많은 여성들은 월경으로 인해 겪는 이러한 증세가 심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너스타인 교수는 "월경전 증후군 또는 월경전 불쾌장애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두통·경련·복부팽만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데 그치는 치료법 이상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증상이 심각한 여성들은 올바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월경으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장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다. 월경전 증후군은 월경 중에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에 기인하므로, 찜질팩, 따뜻한 음료수 이외에도 먹는 피임약 복용이 치료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18∼40세 여성 450명을 대상으로 월경전 증후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드로스피레논 3mg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 20mg을 함유한 먹는 피임약이 월경 주기 중 호르몬 변화를 완화시켜 육체적·정신적 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드로스피레논 3mg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 20mg을 함유한 먹는 피임약을 처방 받은 여성들을 자가기록일지로 측정한 결과 약 50%의 여성들의 증상의 위중도가 절반 정도로 경감됐으며,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환자들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증세가 두 배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피임위원회(APCOC)는 아·태 지역에 가족 계획과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피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에 조직된 기구로, 주요 피임 및 가족계획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은 가임기 여성의 80%가 한번쯤 겪게 되며, 흔히 월경 전에 예민해지거나 우울, 두통, 복통 및 복부팽만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경우는 월경전 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으로 분류되며 약 20%의 여성에게서 나타난다. 또한 여성의 2%는 우울, 불안 등 심리적인 증상이 보다 심한 월경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 PMDD)를 겪게 되는데, 이들 증상은 여성의 대인관계, 사회활동 및 업무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2005년 보건복지부가 국내 가임기 여성 3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18∼29세의 여성들이 타 연령대와 비교해 월경전 증후군을 가장 많이 경험하며, 이들 중 25%는 월경전 불쾌장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