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은 올라가는데 경제 주체들은 빈곤해지는 '비선형적인 현상'이 몇해 전부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데 따라 개별 주체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지던 고도 성장기의 경험에 비춰보면 낯선 이런 현상은 대개 시스템의 구조적 왜곡으로 발생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경제의 축소판처럼 의료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최근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전체 진료비는 부족하게 나마 늘고 있는데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발표된 2001~2007년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전체 진료비의 배분 정도를 살펴보면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대학병원급의 종합전문병원과 종합병원 등의 진료비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1년 전체 진료비의 13.3%를 가져가던 종합전문병원의 진료비 비중은 2007년 15.1%까지 늘어났다. 종합병원 역시 2001년 12.6%였던 것이 2007년 15%까지 늘어났지만 2001년 전체 진료비의 32.8%를 가져갔던 의원만은 2007년 24.5%로 줄어들었다.
의료기관들 중 유일하게 8%p나 감소한 수치를 보인 것. 2001~2007년 건보공단이 지급한 진료비, 즉 의료시장이 연평균 5.3%씩, 총 31.7%나 성장했지만 의원급은 훈훈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구조라면 수가가 왠만큼 올라도 의원급은 인상효과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의료계를 국가 경제와 비교하면 의원은 중소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건전한 중소기업의 성장이 국가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있듯이 1차 의료의 건전한 성장이 전제돼야 의료계 역시 선순환적인 발전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형 종합전문병원들과 외래 환자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현재의 왜곡된 구조는 의료재정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낳고 의료체계의 뿌리를 흔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의료계도 수가인상이나 의료 산업화와 같이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시도 못지 않게 1차 의료의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없이 파이만 키우는 데에 급급할 경우 파이는 커지는데 대다수 의원들은 배가 고픈 '의원 신빈곤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