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지 발표를 둘러싼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탈락한 지자체 가운데 결과에 승복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승복은 커녕 별도의 사업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독자노선을 선언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화성에 '바이오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송도바이오메디파크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또 서울시는 마곡지구에 바이오메디클러스터를, 대전광역시도 신동지구에 의약바이오벨트를 조성하겠다고 앞다퉈 밝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인프라를 집적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복합단지를 추진하는 것인데, 정작 지자체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겠다고 나서고 있는 어이없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과열의 정도가 지나쳤다. 국고에서 돈을 수조원씩 쏟아 붓는다니 그야 말로 로또 잡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지역 민심이 팽배했다.
국회의원들도 문제가 많다. 18대 국회 들어 발의된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총 6개. 그 가운데 5개가 특정 지역이 입지 선정심사에서 유리하도록 심사기준을 바꾸는 내용들이다.
국책사업이 잘 되도록 정치를 이끌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표심에 주판알을 튀기며 복마전에 앞장선 것이다. 일부 의원은 입지선정 발표 직후에도 '수용 불가' 성명을 내고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
생산 규모 82조 2000억원, 고용 창출 38만2000명. 정부가 기대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파급 효과다. 그러나 이는 복합단지가 제대로 굴러간다는 전제에서 이야기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가 2001년 1조6000억원에서 2007년 4조5000억원으로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2007년 7120억 달러에서 2013년 1조달러로 4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20년 내에 혁신 신약을 세계 시장에 런칭시키지 못하면 의약품 적자국의 사슬에서 벗어날 기회는 더 이상 없을 이라는 숨가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짝퉁이나 만들어 파는 나라쯤으로 깔봤던 중국의 의약품산업 규모가 2010년도에 세계 5위권에 진입한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2007년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의약품원료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바이오의약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북경·상해·선전·하이난 등지에 무려 50여개의 하이테크단지가 조성돼 있다.
'왜 한군데만 지정한다고 해놓고 두 군데를 지정했느냐?'는 음모론이나 제기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