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진현 교수(서울대 간호대학)에게 발주한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보고서'와 관련해 의료계의 불만이 날카롭다.
국민이 낸 보험료(건강보험재정)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보고서 자체에 너무 많은 오류들이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엉터리 연구보고서다" "유치한 보고서다" "연구에 사용한 분석방법을 잘못 해석했다" 등 강도높은 비판도 제기했다. 급기야 "임상현실을 모르는 비전문가의 보고서에 불과하며, 문제점 투성이 보고서를 내고 연구비를 받은 것이 아깝다"며 "연구비를 토해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1개월 동안 이 문제의 보고서를 꼼꼼하게 분석까지 했으며, 그 결과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학회 공식입장으로 밝혔다.
고혈압학회는 연구방법에 오류도 많고, 임상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문헌고찰에 불과한 연구보고서가 그대로 정부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상현실을 반영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연구용역을 발주한 심사평가원이나, 연구책임자인 김진현 교수는 마땅히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공공기관 및 학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대학이나 병원에서 분야는 다르지만 연구를 하는 같은 학자들이 자신의 보고서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면 떳떳하게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각각의 지적들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결과물인 연구결과를 정책결정의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연구용역을 발주한 기관이나 연구를 책임지고 수행한 연구자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말이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초청을 했으나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이처럼 당사자들이 아무런 대응이 없자 "학회 및 의료계등에서 지적하는 문제점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들도 제기되고 있다.
심사평가원이나 김진현 교수는 연구보고서에 대해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공공기관과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