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5월 비내리는 아침 보건복지부 앞.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한 남자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흔한 확성기 하나 동원하지 않은 그야말로 '점잖은' 시위였지만 그의 외침은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그의 가슴팍에 달린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조제료야, 멍청이들아."
장면 2> 7월의 어느 무더운 오후.
한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때 아닌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의 주제어는 '약국 조제료'.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는 수가보다 약사가 처방전을 보고 약 한통을 내어주는 수가가 휠씬 높다는 내용의 한 네티즌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수천여건에 달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인 약국 조제료 문제가 의약분업 10주년을 돌아보자는 여론과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재정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지목돼 온 약제비 증가에 약국 조제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해왔다.
명목상 행위료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약국의 수가를 보전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약국관리료와 조제기본료·복약지도료·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 등 5개 항목 모두가 과연 급여로 별도보상이 필요한 항목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제도운영 과정에서의 모순점에 관한 지적도 많았다.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의 경우 조제일수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돼 장기처방을 할 경우에는 약값보다 조제료가 더 많아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복약지도 비용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동안 이 같은 의료계의 외침을 외면해 왔다. 실상 정부가 내놓은 약제비 절감책은 약가를 인하하거나, 의사들의 처방을 줄이는데만 촛점을 두었을 뿐 약국 조제료는 늘 논외였다. 그런 정부가 약국 조제수가에 메스를 들겠다고 한다.
처방일수에 따라 조제료를 차등 책정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10월 중 그 결과를 가지고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인데…. 일단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약국 조제료 문제, 그냥 덮어두기에는 너무 문제가 많다.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