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와 Client
디자인은 순수미술과 달라 늘 목적이 있고 사용자가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 과정상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며 디자인의 본질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클라이언트는 계약 관례로 보면 '갑'에 해당하고 디자이너는 '을'로 간주한다.
이 기존의 틀을 깨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의 갑과 을의 관계는 마치 고용주와 고용인으로 해석되어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이 디자인 컨셉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돈을 지불하는 갑, 그 돈을 받는 을, 돈을 지불하는 갑은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늘 우위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고, 을은 그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약간의 고삐를 잡힌다.
단순한 생산자와 공급자 사이에서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끊임없는 창조의 작업이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하여 집안에서도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는 시대지만 그 대단한 컴퓨터가 아직도 못하고 있는 작업은 창조적인 일이다.
디자인은 결국 'Good Design'을 창출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선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적절한 만남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으므로, 클라이언트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체크하여 신중하게 디자이너를 선택한다.
완성도가 높은 리모델링을 원한다면 우선, 디자인 설계가 강한 업체가 바람직하다. 디자인 설계 중심인 업체의 경우라면 디자이너가 직접 모든 디자인적인 면을 관할하기 때문에 관련 부분을 체크하게 되는데, 이것이 결과물을 'Good Design'으로 만들 수 있게 한다.
다음은 신용이 있는 업체라야 한다. 1∼2년, 혹 2∼3년 된 업체보다는 다년간의 신용이 축적 된 회사라야 결과가 좋다. 그리고 맡기고자 하는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업체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마인드이다. 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르지 못한 인테리어 회사에 일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품질, 경영 모두가 중요한 요소지만 본인이 중시하는 우선도를 체크해 봐야 한다.
디자이너 역시 클라이언트를 잘 만나야 창의력이 발휘된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클라이언트가 갖춰야 할 요건을 고른다면, 첫 번째가 디자이너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배려는 훌륭한 작품으로 보상될 것이다. 디자이너를 존중하고 믿고 따라주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Good Design'이라는 결실이 Client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구멍가게에서 과자 한 봉지를 훔쳐도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그의 노하우를 모아 연구하고 분석하고 디자인한 자료들을 훔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디자이너와 협의 없이 마음대로 유용하고 사용해도 그것을 제재할 아무런 법적인 장치가 없다.
때론 클라이언트들은 그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여 디자인만 받고 이용만 하는 경우도 많다. 물건을 훔치면 죄가 되는데 디자이너의 정신적 노동을 마음껏 도용 하는 것은 그 대가가 아무리 커도 죄가 되지 않는다. 디자인 강국을 보면 정신적 노동에 대한 부분이 더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디자인의 발전 저해요소가 되는, 정신적 노동의 도용 문제는 두고두고 생각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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