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당뇨환자 발생비율 보다 2배 높아...30%는 당뇨 전단계
알코올 의존증 환자 10명 가운데 2명은 당뇨병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팀이 2009년 4~11월까지 알코올 중독 치료전문병원에서 알코올 의존으로 진단받고 입원 치료중인 남자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진단을 위해 경구 당부하검사를 실시한 결과 20.4%(46명)가 당뇨병으로 진단됐다. 이는 일반 당뇨환자 발생 비율보다 2배 높은 수치다.
또 30.2%(69명)는 당뇨병 전단계인 내당능장애로 진단됐다. 조사된 환자들이 기존에 당뇨병을 진단받았거나 당뇨병 관련 증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할 때, 약 절반이 넘는 환자들이 당뇨병 혹은 당뇨병 전단계로 진단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일반 당뇨환자에 비해 공복혈당(122.07±36.87mg/dL)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식후혈당(294.34mg/dL)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는 일반적인 당뇨병 검사인 공복혈당(8~12시간 금식 후 측정 혈당) 검사만으로는 당뇨진단에서 누락될 수 있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 교수팀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공복혈당검사와 당부하검사를 각각 실시한 결과 당부하검사에서 20.4%(46명)가 당뇨병으로 진단된 반면, 공복혈당 검사에서 9%(20명)만이 당뇨병으로 진단됐다. 반면 당부하검사에서는 49.3%(111명)가 정상으로 분류된 반면 공복혈당 검사에서 80%(181명)나 정상으로 분류됐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30.7%(70명)가 실제로는 당뇨나 당뇨 전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공복혈당 검사만 시행한 경우에 당뇨병 진단에서 누락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를 국내 알코올 의존증 환자 약 200만명에 적용하면 약 60만 명 이상이 당뇨병 및 당뇨병 전단계 진단에서 누락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팀은 또 알코올 의존증에 당뇨병이 동반될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김대진 교수는 "과도한 음주는 췌장의 호르몬 분비기능을 악화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기 때문에 당분해 능력이 감소되므로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 뿐 아니라 평소 음주량이 많고 음주횟수가 잦은 사람들은 좀 더 면밀한 검사를 통해 당뇨병 여부를 확인해야 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학술연구용역사업으로 실시됐으며, 연구 결과는 중독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미국 알코올중독연구학회지 '알코올리즘 : 임상 및 실험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5월호와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 레터(Neuroscience Letter)' 6월호에 각각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