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탈퇴 등 입장 밝혀..."매우 중요하고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최근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의료계 상황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설명하고 회원들의 이해와 관심을 당부했다<서신 전문 기사 하단>.
우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탈퇴와 관련해 "정부에게 '의료계와 합의했다'는 명분과 구실을 제공하는 요식행위의 들러리 기구에 불과한 건정심은 우리 협회가 일찍이 탈퇴를 했어야 했다"며 "지난 10년간 온갖 횡포를 견디고 이제야 탈퇴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건정심의 구조개선 방향에 대해 노동위원회처럼 의료공급자별로 소비자단체들과 1:1 의결구조를 가져야 하며, 보험자단체(정부)가 소비자단체를 대신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시행을 끝내 통과시킨데 대해 비판하고, 특히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병협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지금까지 의협은 병협 회원의 대다수가 의협 회원이라는 이유로 병협을 의사단체의 하나로 간주하고 의사단체 역할을 나누어 수행해 왔으나, 병원협회는 본질적으로 경영자들의 단체"라고 못 박고 "모든 의사들이 반대하는 총액계약제의 전단계인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시행에 찬성함으로써 병협은 의사단체가 아니라 경영자의 입장을 취하는 단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협회는 앞으로 공식적으로 대한병원협회를 의사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경영자 단체로 간주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앞으로 병원에 근무하는 대학교수와 봉직의·전공의 등 의협 회원들의 권익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이 존중과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정책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도 당부했다.
노 회장은 "취임 후 첫 한 달간 의협의 행보에 대한 지지와 우려의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고,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기적처럼 희박한 확률의 어려운 과정이지만 의사들 모두가 간절히 원하고 참여하고 행동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손쉽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지금은 국민의 시각과 정부의 태도, 그리고 우리 내부의 무관심과 나약함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라고 강조하고 "인내하고 기다려달라. 그리고 때가 되면 분노하고, 참여해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회원 서신문 |
여러분의 많은 기대를 받고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에 취임한지 오늘로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한 달 사이에 적지 않은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하여 오늘 이 서신을 통해 여러 회원님들께서 궁금해하시고 염려하실 부분들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조직개편을 하였습니다. 10국 23팀의 조직을 7국 25팀 1실로 개편하였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민원팀을 강화한 것입니다. 민원은 실사 등 보험민원과 기타 민원을 모두 담당하게 됩니다. 앞으로 모든 애로사항은 대한의사협회로 직접 연락을 주십시오. 모든 민원을 만족할만큼 해결해드리기에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의사학술국(794-2474 보험민원 ext.310 의무민원 ext.320)으로 연락을 주시면 민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탈퇴하였습니다. 지난 5월24일자로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하였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 것은 건강보험공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구조적으로 전문가단체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정부에게 ‘의료계와 합의했다’는 명분과 구실을 제공하는 요식행위의 들러리 기구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24인의 위원 중 대한의사협회 위원이 2인에 불과하고 나머지 22인 중 8인이 의료소비자, 그리고 6인이 정부측 관계자, 그리고 나머지가 2인의 교수와 기타 의료공급자로 구성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 번번이 표결에 의해 묵살되어 온 것입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정부측(공단)과 수가협상에서 실패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벌칙을 적용하여 정부측의 최종 제안 수가에 못 미치는 수가를 결정하는 비상식적인 횡포를 저질러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2002년에 제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설립 초기부터 구성에 문제가 있었기에 우리 협회가 진즉에 재구성을 요청하거나 일찍이 탈퇴를 했어야 했던 것으로 10년간 갖은 횡포를 견디고 이제서야 탈퇴한 것은 매우 늦은 감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은 노동위원회처럼 의료공급자별로 소비자단체들과 1:1의 의결구조를 가져야 하며, 보험자단체(정부)가 소비자단체를 대신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2일 전 5월 30일자로 건강보험공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한 가운데 금년 7월1일부터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의 강제 확대시행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이번의 강제시행은 의원과 중소병원에 해당하며 대형종합병원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미 주지하시다시피 포괄수가제는 비록 환자분류가 세분화되어 있다고 하나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치료 원가와 무관하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진료정액제로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매우 큰 제도이므로 우리 협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를 강제 확대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정책에 강력히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악용하여 대한의사협회가 줄곧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에 반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표결로써 밀어붙인 후, 이후에 사실과 다르게 의료계가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에 합의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반복하여 언론에 공표하였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건강보험의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의결기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구로 전락한 사실을 지적하며 지난 5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탈퇴하였고, 정부는 유일하고 제도의 당사자인 전문가 의사단체가 불참한 가운데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4. 대한병원협회의 정체성에 관하여 의사 개인이 회원이 되는 대한의사협회와 달리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이라는 기관이 회원이 되는 단체로서 대표경영자가 회원으로서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따라서 병원협회는 의사가 아닌 사람도 회원으로 참석하고 회원으로서 권리를 갖습니다) 즉, 병원협회는 본질적으로 경영자 단체입니다. 의사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병원의 경영자를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의 입장이 항상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협회는 대한병원협회 회원의 대다수가 대한의사협회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의사단체의 하나로 간주하고 병원협회와 함께 의사단체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즉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모두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분류되어 마치 대한의사협회는 의원의 개원가를 대표하는 단체로, 대한병원협회는 병원 종사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인식되어온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특히 수가협상의 주체가 두 기구로 나뉘어진 것이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병원협회의 회원에는 의사가 아닌 비의사 회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 동안 다수의 사안에 있어 두 협회간 입장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취임 초기 대한병원협회 관련 행사에서 상호 협력관계의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최근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분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위기에 처한 의료계를 일으키기 위한 과정에서 병원협회가 ‘의사’의 입장을 취할 것인지 ‘경영자’의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달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한병원협회는 이번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 확대시행에 찬성함으로써 저의 질문에 간접적으로 답하였습니다. 포괄수가제가 총액계약제의 교두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가 총액계약제에 전면 찬성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의사들이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를 힘써 저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병원협회가 찬성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대한병원협회가 본질적으로 의사단체가 아니라 경영자단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는 앞으로 공식적으로 대한병원협회를 의사단체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경영자 단체로 인정할 것임을 2012.5.31일자로 상임의사회에서 의결하였습니다. 참고로 같은 날, 우리 협회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줄임말을 보건이 생략된 ‘복지부’가 아닌, ‘보복부’로 공식 통칭하기로 함께 의결하였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앞으로 보건복지부를 줄여 호칭할 때에는 ‘보복부’로 호칭하여주시길 바랍니다. 우리협회는 대한병원협회가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할 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수와 봉직의, 그리고 전공의 등 우리협회 회원들의 권익이 그 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이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협회는 또한 대한병원협회가 경영자로서의 입장뿐 아니라, 숭고한 의업의 본질적인 윤리와 사명에도 보다 충실한 행보를 보여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5.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저의 취임 후 지난 첫 한 달간의 우리협회의 행보에 대하여 지지와 우려의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함과 그분들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의 대립각, 그리고 협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행부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료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기적처럼 희박한 확률의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의사들 모두가 간절히 원하고 참여하고 행동한다면 의료제도는 놀라울 정도로 손쉽게 바뀌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 생각도 바뀌고, 의사의 생각도 바뀌어야 정부가 바뀌고 제도가 바뀝니다. 현 집행부는 그 기나긴 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강하게 단결한다면, 그 작업은 빠르게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탈퇴와 대한병원협회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일, 그것은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진즉에 했어야 했던 일들입니다. 대책이 필요한 결정이 아니라,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문제의 근원을 방치하는 일인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협회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의 부당성에 대해 강력히 국민들에게 알릴 것입니다. 정부가 의료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이 의료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료의 질 저하와 국민의 건강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를 보장성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의 선심성 정책으로 포장하여 강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의 가격’에 몰두되어 국민과 의사 모두 망각하고 있는 ‘의료의 질(質)’을 화두로 꺼내어 그 중요성을 환기시킬 것입니다. 의사들이 국민의 편에 서 있음을 국민이 믿기 시작할 때, 오랫동안 정부가 ‘싸고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국민을 기만해왔다는 사실을 국민이 깨닫기 시작할 때, 그 때 비로소 의사들은 의사윤리강령에 써 있는대로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국민의 시각과 정부의 태도, 그리고 우리 내부의 무관심과 나약함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입니다. 인내하시고,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때가 되면 분노하시고, 참여하여 행동해주십시오. 더욱 더 최선을 다하여, 반드시 기대하시는 바 목표를 이루겠습니다. 2012. 6. 1.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노 환 규 배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