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들, 언제까지 순한 양으로 살 것인가?"

"병원의사들, 언제까지 순한 양으로 살 것인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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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회장, '병원의사협' 참여 당부 "우리 스스로 권리 찾자"

전공의·전임의·교수 등 등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 의사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원의사협)가 오는 29일 발족한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병원의사협에 일선 봉직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노 회장은 17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응급실 전문의 당직을 의무화한 '응당법'(응급의료법)을 예로 들며 의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전문 기사 하단>.

노 회장은 "응당법은 비록 비현실적인 법안이지만, 국민이 '의료의 질 향상'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높은 질을 원한다면 (정부와 국민은)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희생과 봉사에 익숙하고 권리에는 미숙한 의사들은 지금까지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내달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응급실 당직 시스템은 국내 의료현실을 외면한 불합리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계는 이에 반발하기는 커녕 적응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현실을 질타하는 것이다.

노 회장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의사들의 '권리주장'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의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만나는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황에 맞춰서 원칙을 만들지 말고, 이제는 원칙에 맞춰서 상황을 만들어 가자"면서 "비현실적인 법에 또 다시 순응하고 양보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명언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를 언급하며 "아무도 의사들의 권리를 대신 찾아주지 않는다. 의사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의 권리를 찾는 첫 발걸음이며, 회원들의 참여가 의료계 역사를 바꿀 것"이라며 "병원의사협은 의협 산하 정식 직역단체로서 병원에 근무하시는 회원 여러분의 대표단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출범준비위원장 정영기·아주의대) 발족식은 오는 29일 오전 11시부터 의협 회관 3층 동아홀에서 열린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대한민국 의사 여러분께 드립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장 노환규입니다.
날로 어려워지는 여건 속에서 불철주야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의사윤리강령에는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의료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작금의 시대에는 의사의 지식과 기술보다 의료정책이 환자의 진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정책의 수립에 있어 전문가의 의견은 배제되고 정치적 목적 아래 정부의 일방통행만 가속화되어 온 것이 지난 십 수년간 의사들이 목도해왔던 현실입니다.
 
제37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1. 의료의 본질의 가치를 회복한다.
2. 의사가 존중과 보호를 받는 진료환경을 만든다.
3.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 진료환경을 만든다.
 
전문의의 응급실당직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고 있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개정안’ 소위 응당법의 시행이 8월5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비현실적인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에, 보건복지부는 침묵하고 있다가 뒤늦게 이 법안의 비현실성이 문제가 되자 전공의들을 이용하여 대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시행세칙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권리의식’을 찾게 된 전공의들이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슬그머니 전공의 당직규정을 삭제한 새로운 시행규칙안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습니다. 시행일이 8월5일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시행규칙의 최종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 반발할 기회를 없애고자 하는 저열한 전략에 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록 비현실적인 법안이지만, 소위 응당법의 등장은 국민이 ‘의료의 질 향상’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높은 질을 원한다면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희생’과 ‘봉사’에 익숙하고 ‘권리’에 미숙한 의사들은 지금까지 언제나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기만 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의사들의 ‘권리주장’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의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만나는 환자 즉 국민을 위한 일입니다.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고, 의사가 보호를 받아야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춰서 원칙을 만들지 말고, 이제는 원칙에 맞춰서 상황을 만들어갑시다.
원칙에 맞춰서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의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전국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봉직의 여러분!
비현실적인 법에 또 다시 순응하고 양보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바꾸십시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도 의사들의 권리를 대신 찾아주지 않습니다. 의사 스스로 그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의료의 중심에서는 환자가, 그리고 진료의 중심에는 의사가 서 있어야 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주변자로 밀려난 현실을 바꾸고자 하신다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발족으로 의사의 권리를 찾는 첫 발걸음을 뗍니다. 여러분의 참여가 의료계의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참여하십시오. 7월29일(일) 오전 11시부터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발족합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의협산하 정식 직역단체로서 명실상부하게 병원에 근무하시는 회원 여러분의 대표단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2. 07. 17.
대한의사협회장 노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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