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울리는 숫자 '4.5'의 굴레

동네의원 울리는 숫자 '4.5'의 굴레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01.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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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4.5년을 살고, 하루 평균 4.5명의 동료를 잃는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이 공개한 업종별 생존기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원 평균 생존기간은 4.5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과의원 4.9년에 못 미치는 결과다. 개원 의원 10곳 중 4곳(63.1%)은 개원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또한 치과의원과 한의원의 평균 3년 생존률 71.3%, 64.3%보다 짧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내놓은 통계에서도 숫자 4.5가 등장한다.

심평원의 개폐업 의료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문을 닫은 의원급 의료기관 숫자가 1625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자면 한달 평균 135곳, 하루 평균 4.5곳의 의원이 문을 닫은 셈이다.

생존기간이자 일 평균 폐업기관 수. 숫자 '4.5'는 작금의 동네의원 몰락현상을 보여주는 꽤나 상징적 숫자다.

동네의원의 몰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개선 필요성과 근본적인 해법도 어느정도 공유되어 있는 상태. 문제는 그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0년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을 내놓으며 외래환자는 의원에서,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진료한다는 전달체계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책지원을 통해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질환 치료·연구중심병원으로, 입원은 2차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외래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 이뤄지도록 개편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임기말에 이른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결실은 많지 않다.

3차 병원의 기능전환을 위해 추진되어왔던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정부의 지원 포기선언으로 김이 빠졌고, 일차의료활성화 또한 이렇다할 공적없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한때 일차의료활성화 정책을 전담할 별도의 팀을 둘 정도로 열의를 보이는 듯 했으나, 여전히 시행과 동시에 실효성 논란에 빠진 만성질환관리제 카드만 조물딱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동네의원은 이웃 의원은 물론이고 병원급 의료기관과는 규모의 경제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사실상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정책이 함께 갈 파트너들의 의중을 제대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고, 마음에 없는 동행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곳간을 여는데도 인색했기 때문이다. 병원계를 혼란에 빠뜨린 연구중심병원 육성 계획이 그렇고, 근본적인 수가 개선 없이 만성질환관리제 시행에만 목을 맨 일차의료활성화 정책이 그렇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토요일 진료 가산 적용 확대(09~13시) 등 의원급 활성화 방안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소식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토요 가산 확대만으로 동네의원들의 잇따른 고사현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조치가 앞으로 이어질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의 포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마른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비를 뿌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풍성한 결실은 비옥한 땅에서 영근다. 동네의원을 살리는 길 또한 이 단순한 진리 안에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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