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수업여건 개선과 부족한 임상교수 확충을 요구하면서 서남의대생들이 전면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할 수 있도록 자신들을 교육시켜달라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자 의무는 유급이란 배수의 진을 친 학생들의 100일에 걸친 수업거부 투쟁에도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유급과 재적이란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12년 전인 지난 2001년 얘기다. 의대생에게 유급이나 재적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를 알기에 유급이란 불이익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의 진료능력을 갖추기 위해 교육여건 개선을 외친 당시 서남의대생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교과부가 최근 발표한 서남의대 감사결과는 충격 자체였다. 학교는 하지도 않은 임상실습을 했다고 허위보고를 하고 제대로된 임상실습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남광병원에서의 무리한 실습은 한동안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정부와 우리 사회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로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끌어안게 됐다는 점이다. 부실 임상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보강교육을 받아야 하고 자칫 한 학기 혹은 1년을 유급당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학교육은 그런 것이다. 엄정하고 원칙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혹시 모를 작은 부실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분야가 바로 의료·의학분야이기 때문이다. 서남의대생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제 의료계는 서남의대의 교육부실이 어느정도인지 냉정한 평가에 나서야 한다.
부실교육 정도가 경미하다면 그만큼, 경미하지 않다면 경미하지 않은 만큼 학생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부족분을 보충해야 한다.
얼마 전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한 서남의대생은 "부실교육을 받고나서 환자를 진료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보강교육이 필요하다면 (유급을 받더라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의 모습에서 12년전 유급에도 불구하고 교육여건 개선을 외친 서남의대 선배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당장 의사국시 '응시자격'은 미뤄질지 모르지만 서남의대생의 의사될 '자격'에 시비를 걸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한 이수학점 때문이 아니다. 바로 서남의대생들이 보여줬던 이런 원칙을 고수하려는 신념 때문이다.
결국 서남의대생의 올곧은 신념만이 부실의대 졸업생이란 세간의 편견에서도 서남의대생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는 서남의대생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