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으로 돌아온 '호의' 개원가 '패닉'

칼부림으로 돌아온 '호의' 개원가 '패닉'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20 05:59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족 환자 칼에 찔린 김 원장...사건 내막 '충격'
형편 어려워보여 시술비도 깎아줬는데 "이럴수가"

▲ 18일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일산의 한 성형외과의원. 20일 오전 닫힌 출입문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의사가 진료실 안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의료계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감안해 시술비용을 할인해 주는 등 호의를 베푼 환자에게 도리어 끔찍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고양시 개원의 김 모 원장(52)에 대한 살인 미수 혐의로 중국동포 한모씨(38)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본지 취재결과 다수 언론이 보도한 '시술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저지른' 단순 보복사건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루성 피부염과 얼굴 전반에 깊은 흉터자국을 가진 한씨가 미용 목적의 레이저 시술을 상담하러 온 것은 지난달께. 당시 김 원장은 환자의 피부 상태를 고려해 시술을 만류했다. 그러나 "두 달 후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깨끗한 피부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염가에 시술을 해주기로 했다.

한씨가 받은 시술은 모공과 흉터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락셀 레이저. 흔히 개원가에서 3~5회 패키지로 묶어 50~1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받지만, 김 원장은 한씨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회당 8만원씩만 받기로 했다.

한씨는 첫 시술을 받은 다음날부터 병원을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시술 후 2~3일간 얼굴이 붓고 검은 딱지가 생기면서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김 원장의 설명에도 막무가내였다.

김 원장은 한씨가 낸 8만원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한씨는 "끝까지 믿고 가보겠다"며 환불을 거부하고는 두번째 시술을 공짜로 받았다.

한씨가 칼을 휘두른 것은 네번째 시술을 마친 18일 오전. 그간 시술비용으로 20여만원을 지출한 한씨는 병원에 찾아와 전액을 환불해달라고 할뿐 아니라 다른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서 직장에 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수당과 중국으로 돌아갈 때 필요한 담보까지 내놓으라며 원장의 멱살을 잡고 나선 것.

그 동안 여러차례 선의를 베풀었던 김 원장도 한씨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 원장의 거부에 앙심을 품은 한씨는 그 길로 편의점에서 칼을 구입, 옆구리에 숨긴 뒤 진료실에 들어와 돌연 김씨의 팔, 복부 등을 6차례 찔렀다.

현재 일산P대학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을 치료한 의료진은 부상이 심각한 오른팔을 포함해 상처 부위에 출혈이 지속되고 있어 총 회복기간은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과 김 원장의 아내는 "혼자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며 진료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극도의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 원장의 아내는 "어려운 집안사정에 힘들게 빚을 내어 재기해보려고 개원한지 6개월만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시술이 잘못되고 환불을 안해줘서 당한 게 아닌데,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창원과 대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정신과 의사 피습사건에 이어 올해에도 의사가 진료실 안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중상을 입는 사건이 터지자 의료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에게 폭행을 가한 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사이 유사한 사건이 재발해 의사 사회를 한숨 짓게 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의 안전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진료실 폭행 가중처벌법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이 최근 의사 4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63%가 '진료실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폭언 등 위협을 당한 경우는 9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