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결산] 약가 개편, 리베이트 투아웃제 '눈길'
국산신약 출시 성과...정부와 약가 소송서 업계 '승'
올해는 새해부터 굵직굵직한 제약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다사다산할 한 해를 예고했다. 새해 벽두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제라는 약가제도의 변화가 있었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급여리스트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제도가 시행됐다.
약가제도나 보험약값을 두고 정부와 제약계의 소송도 이어졌으며 소송에서 제약계가 연승하는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속속 전해지기도 했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제약계에 국산 신약 출시 소식은 단비가 됐다. 20번째 국산신약 듀비에가 출시됐으며 곧바로 21번째 국산신약으로 리아백스가 선을 보였다. 해외진출을 향한 제약사의 도전이 이어졌으며 카나브를 비롯한 몇몇 의약품은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 제약계 주요 뉴스를 되돌아봤다. |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제약계는 시장형 실거래가 약가제 시행여부를 두고 논란을 겪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의료기관이 고시가보다 싼 값으로 약을 납품받으면 그 차액의 70%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약가제도다.
지난 2010년부터 1년 6개월간 한 차례 제도를 시행했지만 2011년 일괄약가인하제와 동시에 추진할 경우 제약계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2014년 2월까지 제도 시행이 유보됐다. 당시 유보 결정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올해 재시행을 못박은 터라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시간이 흐르면 터지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2014년 새해가 되자 보건복지부는 이해당사자인 제약계와 병원계가 참여하는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를 구성하고 1월 9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재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협의체를 구성한 것을 두고 정부가 재시행을 못박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재시행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는 시민단체측이 제도 시행에 반대하면서 반전됐다. 시민단체들은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재정절감 효과는 없으면서 대형 병원만 유리한 제도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제약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개선요구에 정부는 결국 2월 14일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손대기로 발표했다. 고시가보다 싼값으로 약을 납품받을 경우 의료기관에 주는 인센티브율을 줄이고 싸게 약을 구입하는 것뿐 아니라 전체 약품비를 절감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바뀐 제도는 7월에 시행됐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와 같은 7월에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주목을 받았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1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약의 보험등재를 한 달간 중지하고 두 번 적발되면 급여리스트에서 아예 퇴출하는 강력한 리베이트 방지대책이다.
한쪽에선 자정선언, 다른 편에서는 리베이트
소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는 등 리베이트 근절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제약계도 리베이트 자정선언을 이어갔다.
한국제약협회는 3월 31일 리베이트 단절을 위한 윤리헌장과 실천강령을 상반기 안에 발표하기로 하면서 제약사의 동참을 호소했다. 시대상황과 제약협회의 호소에 대형 제약사들이 속속 리베이트 자정선언에 나섰다.
회사 안에 윤리경영부서를 두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영업사원을 징계하기로 하는 등 자정바람이 일었다.
자정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대형 리베이트 사건이 속속 터져 제약계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자정선언과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길을 끈 리베이트 사건은 지난 10월 불거진 K고려의대 교수 리베이트 사건. 개원가가 아닌 대학병원 교수의 리베이트 수수혐의가 잡혔다는 점과 연류된 제약사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 7월 이후 리베이트가 제공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리베이트 투아웃제로 인한 첫 급여퇴출 의약품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태다. 올해 안으로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가운데 기소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산신약 출시와 블록버스터 향한 행보 주목
국내 제약사의 신약 출시와 해외진출 소식도 이어졌다. 종근당은 올 2월 TZD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를 출시했다. 듀비에는 20번째 국산 신약이라는 후광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다. 21번째 국산 신약으로 올 9월 선보인 카엘젬백스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도 눈길을 끌었다.
바이오생명공학 기업인 카엘젬백스는 2008년 노르웨이 제약사 젬백스를 인수한 후 젬백스의 신약후보 물질을 6년 동안 연구한 끝에 리아백스를 내놨다.
동아ST가 11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신약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도 올 6월 미국 FDA의 신약허가 승인을 획득하고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신약 카나브가 중남미 국가로 진출하면서 국산 신약의 해외 진출붐도 시동이 걸렸다.
새로운 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 SGLT-2 억제제 국내 출시도 관심을 모았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혈당을 낮춘다.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는 기전으로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체중도 줄이는 추가 효과도 입증되면서 해외에서 주목받는 신약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새로운 치료제 SGLT-2 억제제 '포시가'를 올초 국내 처음으로 출시하고 올 9월 보험급여까지 받아내면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SGLT-2 억제제 시장을 열었다. 현재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아스트렐라가 SGLT-2 억제제 '자디앙'과 '슈글렛'을 출시하고 보험급여 협상 중이다.
내년 새롭게 형성될 SGLT-2 억제제 시장규모에 대한 관심은 물론 SGLT-2 억제제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벌어질 3파전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를 두고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제약사와의 연이은 소송 정부 씁쓸한 연패
올해는 정부와 제약사와의 소송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동아ST는 효과와 안전성 근거자료를 약속한 날짜에 제출하지 않아 '스티렌'에 대해 급여제한 조치를 받자 고시취소 소송에 나서 지난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뒤늦게 근거자료를 제출한 만큼 급여를 제한한 정부의 조치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며 동아ST의 손을 들어줬다. 보령제약은 정부가 보령제약과 협의하지 않고 '스토가' 약값을 인하한 데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고 올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최근 제약사와 정부의 소송경향을 보면 제약사의 연승과 정부의 연패로 정리된다. 예전같으면 속앓이만 했을 제약사가 정부와의 소송을 불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제약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정부도 약가제도나 급여관련 제도를 시행할때 고시 등이 적법하고 합리적인지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시사했다.
시럽제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 규정을 두고 진해거담제 '움카민'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움카민 소송 역시 정부에게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