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어"
"치매로 인한 가정문제 급증...재발 방지 필요 있어"
노인성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서 가족들이 겪는 고충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치매에 걸린 부인을 살해한 70대 배우자가 형을 감경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최근 치매와 전신마비로 거동을 못하는 부인을 1년 5개월여간 간병하다 부인을 살해한 황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황 씨는 부인 김모 씨를 간병하며 요양병원을 전전했지만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월 C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부인을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온 뒤 두 손을 묶고 목 졸라 살해했다. 황 씨는 부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데 회의감을 느껴 함께 목숨을 끊을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황 씨에게 의존해 삶을 이어가던 배우자의 소중하고 존엄한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치매로 인한 가정 내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황 씨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1년 5개월간 피해자를 간병하다가 피해자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여 범행에 이르렀고, 범행 직후 다량의 수면제와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황 씨가 경솔한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한 것을 뉘우치며 회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아무런 전과가 없으며 자녀들도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형을 감경해 징역 3년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