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
2016년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예산 159억원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NIP 정부 예산 159억원에 지방자치단체 지원분을 합치면 전체 예산은 31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2만여명의 12세 여아가 접종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확정 후 관심을 끄는 사안은 어떤 백신이 어떤 방식으로 채택될지다. 국내 허가된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다. 두 백신측은 NIP 선정 예고 이후부터 자사 백신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두 백신 모두 선정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014년 NIP 대상백신으로 선정된 폐렴구균 백신처럼 두 백신이 개별 가격으로 계약될지, 단일 가격으로 책정될지도 관심이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예방접종위원회가 자궁경부암 백신 선정과 관련한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의협신문>은 이석구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충남의대 교수·예방의학) 인터뷰를 통해 자궁경부암 백신 선정 원칙과 일정 등을 들어봤다. 예방접종위원회는 예산확정 이후 15일 처음으로 회의를 개최한다.
<일문일답>
보건복지부 예산이 확정된 후 15일 첫 예방접종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내년 자궁경부암 백신 NIP 시행과 관련한 논의사항이 있나?
물론이다. NIP 시행과 관련한 전반적인 일정과 운영계획 등을 위원에게 알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된 자료수집 방법 등과 적정백신 확정방안 등을 제안할 생각이다. 백신 접종 횟수를 몇 회로 할 것인지, 대상 나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다 논의해야 한다.
국내에 허가된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다실과 서바릭스 등 두 가지다. 적정 백신 선택에 대한 위원회의 원칙이 있다면?
어느나라든 마찬가지일 거다. 백신 효과가 같다면 저렴한 백신을 선택하는 거다. NIP라는 제도는 결국 가장 좋은 백신 보다, 가장 비용효과적인 백신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냐? 효과가 같다면 당연히 저렴한 백신이 선택될 것이다. 문제는 효과가 다르고, 역학 상황도 다를 때인데 그렇다면 고민해야 할 상황이 많아진다.
다른 나라 선정 사례나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 비용효과분석 데이터 등도 검토대상이 되나?
예방접종위원회 산하 분과전문위원회가 검토한다. 다른 나라 선정사례, 우리나라 역학 경향, 감염률 등은 중요한 판단 요인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일본 부작용 사례 등도 검토될 것이다.
2014년 NIP 대상이 된 폐렴구균 백신을 예로 들면 역학조사만으로는 어떤 백신이 더 적절한지 결정하기 난감했다. 특히 두 백신 가격차가 크면 가격대비 적절성도 봐야한다. 복잡해진다.
시중 백신가격도 위원회가 백신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사안인가?
그렇다. 폐렴구균 백신 결정 당시에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나라도 당연히 시중 백신 가격을 검토한다.
자궁경부암 백신도 시중 가격이 고려되나? 고려된다면 어떻게 고려한다는 말인가?
백신 가격을 고려해 이중가격제로 갈수도, 아니면 단일가격으로 정해 들어 오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 보통 NIP 대상이 되면 백신 가격이 내려간다. 폐렴구균 백신도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NIP 대상 선정효과가 백신 가격을 떨어트려 국가적 이익이 된다.
2014년 선정된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전례없이 두 백신별 가격을 별도로 정해 차등화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예방접종위원을 맡고 있었다.
두 백신 중 무엇이 적절하냐를 두고 팽팽한 의견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리베나13'이 적절하다고 보는 위원은 혈청형 '19A'와 관련한 여러 예방효과 근거를 들어 프리베나13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플로릭스'가 적절하다고 본 위원은 역시 신플로릭스 예방효과와 관련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다.
팽팽한 논의 끝에 두 백신 모두 적절하다고 결론내렸다. 몇몇 위원은 성인을 대상으로 두 백신의 예방효과를 2∼3년 동안 임상시험해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것은 당시 위원회 회의록을 봐야 할 거다.
이번 경우도 비슷한 양상일 것 같다. 백신 효과라는 것이 비교 임상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개 차이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난 백신 전문가가 아니다. 예방의학 전문의다. 예방접종위원회 산하 분과전문위원회가 최근 두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등의 검토에 들어갔다. 분과전문위원회의 결정을 봐야 할 것이다.
폐렴구균 백신 선정과 비교하면 자궁경부암 백신은 선정 일정이 여유있어 보인다.
폐렴구균 백신 선정 때는 시간이 촉박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복지부가 이번처럼 예산을 잡은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넘어왔다. 그때와 비교하면 자궁경부암 백신은 여유가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계절을 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예방접종위원회가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다. 대략 내년 상반기에 접종백신과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하반기부터 접종에 들어갈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예방접종위원회 운영규정을 보면 폐렴구균을 백신을 백신별로 계약할지, 단일가격으로 입찰할지를 정하는 것은 위원회 결정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런데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는 NIP 역사상 처음으로 백신별 계약방식이 선택됐다.
폐렴구균 백신을 어떻게 계약할지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권고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두 백신 모두 폐렴구균 예방백신으로 적절하다고 결론내렸을 뿐이다. 두 백신을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은 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역시 그런 프로세스를 밟나?
그렇다. 위원회는 어떤 백신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더 적절한지만 권고할 것이다. 두 백신 모두 권고될 수도, 한 백신만 권고될 수도 있다. 계약방식은 정부가 맡는다.
이번 NIP 대상은 HPV 예방사업인가?, 자궁경부암 예방사업인가? HPV 예방사업이면 콘딜로마 등까지 예방하는 가다실의 넓은 예방범위가 돋보인다. 자궁경부암 예방사업으로만 초점을 맞추면 콘딜로마 예방이란 가다실의 장점은 부가적인 고려대상으로 작아진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서바릭스가 돋보이는 상황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위원회가 논의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