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임상적 유효성? 교수들 "헛소리"

원격의료 임상적 유효성? 교수들 "헛소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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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으로 환자 모니터링 해 좋게 나온 결과일 뿐"
연구설계·결과 신뢰 안가...임상적 유효성 '갸우뚱'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발표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엉성하기 그지없는 시범사업 결과"라고 꼬집었다.

원격의료에 대해 환자 88%가 만족하고, 임상적 유효성도 확인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시범사업 내용을 끼워맞춘 수준이라는 것.

특히 시범사업 과정에서 원격진료를 한 것이 아니라 원격으로 환자를 모니터링 한 것이어서 당연히 만족도는 높게 나올 수밖에 없고, 당뇨병·고혈압 환자들의 혈당이나 혈압이 좋아진 것은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 처치를 하지 않아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서울·경기 및 지방 도시 소재 1차 의료기관 15곳(주관 연구기관: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1차 시범사업 기간에 참여한 환자를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1차 의료기관 9곳(주관 연구기관:한국보건의료연구원/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신안·진도·보령 마을회관 등 11곳 및 인천·충남 요양시설 6곳(주관 연구기관: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진행됐다.

먼저 서울·경기지역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은 제2형 당뇨병과 고지혈증·비만·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를 실시하고 전후 혈당(HbA1c) 등 개선상태를 평가했다.

연구를 시행한 가톨릭대 산합협력단은 당뇨병 환자 239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시험군과 대조군 비교연구를 통해 당화혈액소 수치의 경우 시험군에서 0.63%p 감소(7.98%→7.35%)해 대조군 보다 0.36%p 만큼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구분

시험군

(N=145)

대조군

(N=94)

유의확률(p-value)

시작(A)

평균±표준편차

7.98

(±0.78)

7.91

(±0.75)

0.4803

3개월 후(B)

평균±표준편차

7.35

(±0.82)

7.63

(±0.95)

<0.05

3개월 간 변화

(B-A)

변화량

△0.63

(±0.81)

△0.27

(±0.71)

<0.05

유의확률

(p-value)

<0.05

<0.05

-

주1 △: 감소, 주2. 통계적 유의성: p-value 〈 0.05

다음으로 1차 의료기관 9곳에서 시행한 시범사업은 고혈압·당뇨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 전후 혈압 및 혈당관리에 있어 임상적 개선효과가 있는지 원격진료 및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평가했다.

연구를 시행한 한림대 산학협력단은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 423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혈압 및 혈당관리를 한 결과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3.23mmHg 감소(131.32mmHg → 128.09mmHg)했고,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0.31%p 감소(7.08% → 6.77%)했다고 밝혔다.

세번째 도서벽지(신안·진도·보령) 마을회관 및 요양시설(인천·충남)등에서 시행한 시범사업은 고혈압·당뇨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원격진료를 하거나 화상장비로 가정내 환자 스마트폰과 연결해 원격진료를 시행해 만족도 및 복약순응도, 그리고 원격진료의 안정성을 평가했다.

연구를 시행한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도서벽지와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만족도, 복약순응도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 만족도는 각각 83.0%(도서벽지)와 87.9%(노인요양시설)로 1차 시범사업(77%) 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도서벽지 주민의 88.9%가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시험군과 대조군이 누구인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모니터링이 시행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의 편향된 시각이 개입했을 가능성 ▲시험군과 대조군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여부 ▲대조군은 어떻게 처치를 받았는지 여부 및 시험군과의 차이는 어땠는지 ▲원격모니터링을 하면 혈압 및 혈당 수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를 임상적 유효성으로 보기는 어려운 문제 ▲공짜로 서비스를 받으면 만족도는 좋게 나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A대학병원 B교수는 "연구는 제3자가 모니터링을 해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 시행된 시범사업은 그런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즉,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3개로 나눠서 시행된 시범사업은 시험군과 대조군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그리고 선정기준은 무엇인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조군은 어떻게 처치를 받았는지, 또 받았다면 시험군과의 차이는 어떻게 나왔는지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3개월 전후를 비교한 결과만 나와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분(N=288)

시작(A)

3개월 후(B)

3개월간 변화(B-A)

유의확률*

(p-value)

수축기 혈압(mmHg)

평균±표준편차

131.32

(±13.74)

128.09

(±14.31)

△3.23

<0.05

주1 △: 감소, 주2. 통계적 유의성: p-value 〈 0.05

이 교수는 "한림대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3개월 후 혈압 변화가 -3.23mmHg, 혈당 변화가 -0.31%로 나왔는데, 이는 통계적 의의가 있기는 하지만 환자에게 아무 처치를 하지 않고 3개월 후에 혈압과 혈당을 측정해도 비슷하게 나오는 수치"라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플라시보 효과에서도 혈압은 -5mmHg 정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연구설계가 잘못된 것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시험군과 대조군이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시험군과 대조군이 서로 어떤 연구(시범사업)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편견된 시각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시범사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지 않은 것이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C대학병원 D교수는 원격으로 환자를 모니터링 한 결과가 좋게 나왔다는 이유로 원격진료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환자에서 디지털헬스케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원격모니터링의 효과를 본 것이지 원격진료의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무료로 좋은 관리서비스를 받고 혈압 혈당이 좋아진 것이니 당연히 만족하지 않겠냐"며 만족도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교도소나 원양어선, 도서지역에 있는 환자는 접근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원격으로 상담을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결국 상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제한된 상황에서 얻은 결과로 전체 진료행위에 있어서 원격의료(원격진료)가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큰 위험을 자초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양한 ICT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하는 것은 미래의학(의료)의 중요한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화상이나 전화로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원격진료와 디지털헬스케어 테크놀로지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대학병원 F교수는 "임상연구를 해도 신중하게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면서 연구설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결과도 입맛에 맞게 해석을 한다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3차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의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정부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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