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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런 정부의 의사소통방식
유감스런 정부의 의사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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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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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초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안)을 내놨다. 수술복 형태의 반팔 근무복을 입으라거나 근무복을 착용한 채로 외출하지 말 것, 재킷 형태의 가운 착용, 나비넥타이외 넥타이 착용 금지, 반지·목걸이·시계 착용을 자제하라는 깨알같은 내용이다.

복장 지침 발표에 맞춰 공영방송 KBS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세균이(가운에서) 검출됐다','의료인들의 상징인 긴 가운이 오히려 감염병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정부를 거들었다.

정부의 발표에 이어 언론보도를 접한 많은 의료진은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건강지킴이'에서 졸지에 환자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병원균의 전달자'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진의 근무복이 감염의 통로가 되는 일을 막고자 하는 취지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감염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권고문에 포함한 내용 가운데는 이미 병원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수술복 등 의료진의 근무복을 매개로 병원균이 전염되는 것을 막으려 수술복 외에도 반팔 근무복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의료계의 반응이 싸늘하자 복지부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할 수 있다"며 뒤늦게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만일 권고안에 대해 반대하려면 감염 관리에 왜 도움이 되지 않는지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말로는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이번 지침은 감염관리전문가와 협의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니 더이상 토를 달지 말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오염된 근무복이나 수술복으로 인해 환자가 병원균에 감염되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일률적인 복장 지침의 내용과 전달 방식은 반발만 살 뿐이다.

외국 문헌에서는 매일 깨끗하게 세탁한 가운 입기, 적절한 세탁방법, 체액을 접촉하는 의료행위 수행시 비닐 에이프런 착용만으로도 병원균이 옮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씻기라는데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가운 중에서 손의 접촉이 가장 많은 곳에서 주로 병원균이 검출되는데 손씻기만 잘 수행해도 병원균의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장의 형태 보다도 관리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공부하려고 막 책상에 앉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연상된다. 이 경우 십중팔구 아이는 공부할 마음을 접는다.

감염관리와 같은 중대한 사안은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할 터인데 전문가의 자존감을 짓밟아 결과적으로 사기만 떨어뜨린 격이다.

더욱이 의협과 병협 등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대야 할 곳과는 과연 어떤 의사소통를 거쳤기에 왜 문제가 된 후에야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겠다는 말을 매번 되풀이 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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