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20] 끝.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되는데,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게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 진료기록부를 수정하는 경우 원본 보관의무 및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부활과 금지광고 추가 부분이다.
광고관련 부분의 경우 이전에 시행되던 사전심의제도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내용은 없고, 다만 사전심의 대상 매체에 교통수단 내부 광고와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됐으며 거짓 광고,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 표방 광고, 의료기관 인증이나 정부·법령·WHO 협력 기구 등을 제외한 자로부터 상장·감사장·인증·보증·추천을 받았다는 내용을 활용한 광고가 금지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광고 규제는 사전심의제도를 적절히 이용하고, 광고 과정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우 법률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적응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달리 진료기록부 추가기재나 수정 관련 개정 규정은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개정안에서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해 진료기록부가 추가기재·수정된 경우 원본 및 추가기재·수정본을 모두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EMR을 추가기재·수정한 경우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해야 하고, 환자는 원본 및 추가기재·수정본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과 사본발급 신청이 가능해졌다.
소위 '예강이 사건'을 통해 촉발된 이번 개정 법률안은 의료분쟁 과정에서 의료인에게 오히려 추가기재·수정에 대한 의심을 해소시킬 수 있으며 진료기록부의 권위를 세워준다는 점에서 불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원본을 보관할 것인가?
통상적으로 의료인이 EMR의 특정 기록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서식의 수정 메뉴를 선택해 추가기재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 입력하거나, 수정하고자 하는 부분의 원래 기재 내용을 삭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초 작성됐던 EMR 기록은 변형되게 되고, 원본이라고 볼 수 있는 진료기록부는 당연히 남아있지 않게 된다. 즉 의료인이 추가기재 등을 하기 전 기록 원본을 어떻게 저장해야 하는지 그 방식이 특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MR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접속기록을 통해 추가기재 시점 및 그 내용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정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전자의무기록 원본을 따로 저장하도록 한 개정안에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한편 종이차트의 경우에도 추가기재를 하거나 수정을 가한 경우 원본 자체는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되는 맹점이 발생한다.
물론 추가기재·수정 전 진료기록을 미리 복사한 후 추가기재 등을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만약 분쟁이 발생한 후 진료기록부를 누군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경우, 추가기재 또는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로 인해 여전히 분쟁 과정에서 진료기록부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이 벌어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추후 보건복지부에서 유권해석이나 지침 등을 통해 어떻게 진료기록부 원본을 보관할지, 추가기재나 수정이 이뤄지는 경우 어떻게 그 이력을 추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이뤄져야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취지가 충실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배준익 변호사의 법과 법사이'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필자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