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불현듯 하고 싶다 갑자기 목이 탄다 가슴이 뛴다 잠도 오지 않는다 감정은 넘치는데 몸이 부족하다 무엇을 할까 어디로 갈까 크레타 섬 카리브해 노르웨이 숲 갑자기 이불을 걷어찬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노트북을 연다 모니터에 접어둔 페이지를 검색한다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한다 출근 시간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詩름에 빠져 몇 번 지각한 후로 새로 맞추어 둔 알람이다 게르마늄 목걸이가 목을 조른다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아내가 채워 놓은 족쇄다 그 후로 자꾸 악몽에 시달린다 옥상에서 추락한다 바지를 내리지 않고 소변을 본다 부르르 몸을 떤다 요즘 들어 부단히 손이 떨린다 왼손이 더 심한 걸 보면 게르마늄 팔찌가 분명하다 홈쇼핑을 맹신한 탓이다 나는 무작정 달리고 싶다 내 몸엔 보조 바퀴도 브레이크도 없다 원고청탁도 없는데 마감시간에 쫓긴다 이제 거짓말 탐지기를 풀어 놓아야겠다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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