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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그 놈의 (선택적) OECD 타령
그 놈의 (선택적) OECD 타령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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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건강보험 제도, 시스템적으로
비효율적인 의료체계 개선 우선해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국민적 공감대도 없고, 당사자인 의사집단과의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8월 7일에는 전공의들이 24시간 동안 맛보기 수준의 파업을 했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곧 의협차원의 휴업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정부가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하는 근거는 인구당 의사수가 1000명당 2.3명으로 전체 OECD국가의 평균인 3.5명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1950년대에 생긴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OECD 대부분의 국가에 비해 현대 의료의 역사가 짧다. 따라서 20∼30년전만 해도 의사를 만나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 증가가 4300만명에서 2020년 현재 5200만명정도로 20%정도 증가하는 동안, 의사수는 약 4만명에서 14만명으로 3배가 넘게 증가했다. OECD국가 평균적으로는 의사수가 거의 증가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추세로 돌아선 현재에도 연평균 3.1%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은퇴를 앞둔 55세 이상의 의사 비율은 OECD 평균은 34%이나 우리나라는 19%로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금 의대 정원을 바로 늘인다고 해도 전문의가 배출될 때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의대 정원부터 늘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참 이해가 어렵다.

55세 이상의 의사비율 ⓒ의협신문
55세 이상의 의사비율 ⓒ의협신문
인구 수 대비 의사 수 증가율 ⓒ의협신문
인구 수 대비 의사 수 증가율 ⓒ의협신문

그렇지만, 정부가 OECD 평균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으니, 다른 지표도 한번 OECD와 비교해보자.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보면 있다.

https://www.oecd-ilibrary.org/social-issues-migration-health/health-at-a-glance-2019_4dd50c09-en

정부는 지방에는 의사가 모자란다며, 의사수를 늘이면 지방으로 갈 것이라고 가정한다. 의사들이 도시에 더 많이 분포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텐데, 도시:농촌 인구당 의사수 비율의 OECD 평균은 1.54 (4.3:2.8)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32 (2.5:1.9)로 오히려 일본 등과 더불어 도시:농촌간의 차이가 가장 적은 나라로 꼽혔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더불어 인구당 의사수가 가장 적은 나라이다.

반면, 도시 농촌차이가 2배이상 나서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였는데, 이 나라들은 OECD평균수준의 의사수를 가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보고도 단지 의사가 많으면 농촌으로 갈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되는가? 

도시와 농촌의 인구수 대비 의사 밀도ⓒ의협신문
도시와 농촌의 인구수 대비 의사 밀도ⓒ의협신문

우리나라는 필수 의료 서비스에 접근가능한 인구가 100%이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제도가 전국민을 커버하기 때문이다. OECD 평균이 98.4%이고,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100%이니 우리나라가 특별히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1년에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16.6회인데, OECD 중 단연 1등으로 평균인 6.8회보다 두배 이상 높으니 의사를 매우 쉽게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수술까지의 대기 시간을 보면, OECD국가의 평균은 백내장 77일, 고관절 치환술 95일, 슬관절 치환술 114일이다. 우리나라는 본인이 Big 5의 유명의사만 고집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해주는 병원이 많다.

정부 말 대로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다면, 전세계적으로도 유례 없을 정도로 아무 때나 의사를 만날 수 있고, 내일이라도 수술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82.7세로, OECD 평균인 80.7세 보다 2년 길다. 의료제도의 열등생으로 치부되는 미국의 78.6세보다는 4년 이상 길고, '의료 공공성'을 외치는 의료관리학자들의 이상향 영국의 81.3세보다도 1.4년이 길다.

심지어 인구당 1000명 당 의사수가 6.1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무려 2배 이상으로 가장 많은 그리스의 81.4세보다도 1.3년이 길다. 과연 의사수를 늘이면 국민의 건강 수준이 더 늘어날까? 

의료의 질 지표를 보면 OECD 평균보다 나쁜 부분과 좋은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 천식이나 당뇨로 인한 입원율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고 심근경색후 30일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꽤 높은 편이다.

반면 뇌졸중 발생후 30일 사망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며, 암 5년 생존율은 거의 최고 수준이다. 환자들의 경험도 나쁘지 않다. 의사가 진료시 충분한 시간을 투여했는지에 대해서는 80.8%가 동의해 평균치인 80.6%와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캐나다나 노르웨이, 스웨덴보다도 좋았다. 다만 설명을 쉽게 해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과연 의사 수를 늘이면 의료의 질이 더 좋아질까? 오히려 의료의 질이 낮은 부분의 시스템 개선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국민 의료비의 수준을 보면 GDP의 8.1%로 OECD 전체의 8.8%보다 약간 낮기는 하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율은 연간 7.3%로 대상국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인 2.4%보다 3배나 높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낮은 나라라고 여겨졌지만, 곧 OECD 평균을 추월하고 오히려 높은 축에 속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이면,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늘어나고 있는 의료비의 폭증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1인당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 ⓒ의협신문
1인당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 ⓒ의협신문

의료수가의 상대적 가격 수준을 보면, 미국을 100으로 하였을 때 OECD 평균은 72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는 48로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유럽 각국은 대부분 70∼140 정도의 수준이고,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헝가리·폴란드·체코·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밖에는 없는 상태이다.

관변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낮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OECD 통계로도 우리나라의 저수가는 증명된 것이다. 의사수가 OECD보다 낮으니 늘여야 한다는 분들이, 의료수가를 OECD 평균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왜 안하는지 궁금하다. 

의료수가 수준 비교(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의협신문
의료수가 수준 비교(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의협신문

재정적 보호측면에서 전체 의료 비용 중 선지급(prepayment)된 것의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57.4%에 불과하다. 즉, 우리나라로 치면 건강보험에서 커버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OECD 평균인 71.2%에 한참 못미칠 뿐 아니라, 식코(Sicko)영화 언급하면서 최악의 의료제도라고 언급하는 미국(50.2%)이나 멕시코(51.3%)와 견줄 만한 최하 수준이다. 최종 가계 소비에서 본인부담금(out-of-pocket spending)의 비중은 5.6%로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이고, OECD 평균인 3.3%나, 미국의 2.8%, 영국의 2.4%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재난적 의료비(catastrophic health spending)를 지출하는 가구 비중도 7.5%로 OECD 평균인 5.8%는 물론, 그렇게 비아냥 거리는 미국의 7.4%보다도 약간 높다. 국민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이라고 자랑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커버리지가 낮은 부실한 보험일 뿐이라는 뜻이다.

최종 가계 소비 대비 본인부담금 수준 ⓒ의협신문
최종 가계 소비 대비 본인부담금 수준 ⓒ의협신문
재난적인 의료비를 겪는 가구의 분율 ⓒ의협신문
재난적인 의료비를 겪는 가구의 분율 ⓒ의협신문

위의 OECD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의사들이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노동강도로 진료를 함으로써 국민의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맞춰가면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해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의사의 분포는 현재로서도 이미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의사수는 우리나라의 맥락하에서 현재 부족한지도 의문이지만, 부족하다고 보더라도 곧 개선될 예정이다. 반면 건강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나, 제대로 된 재정적보호를 제공하지 못했고, 의료 시스템의 부실로 인해 의료비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좋다. 비교분석을 통해서 장점을 배워서 전략을 짜는 것은 정책 수립의 기본 방법이다. 그렇지만, 벤치마킹을 하려면 선택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아무리 봐도 의사수를 늘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개선해야할 것은 부실한 건강보험 제도이고, 시스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의료 체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OECD 평균 맞추기를 그렇게 원한다면 이렇게 해보자. 의료수가는 당장 50%쯤 인상해서 평균에 맞추자.

의사들의 진료량도 절반으로 줄이도록 강제해, 외래는 예약하고 몇 일 후에나 볼 수 있게 하고, 수술도 몇 달 정도는 기다리도록 대기시간을 늘여보자. 최종적으로는 평균수명도 2년쯤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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